국제 국제일반

伊 장기국채 발행 목표 미달… "불안 여전"

일부 은행 채권발행 어렵고 담보물건까지 부족<br>대출 받아도 돈 안풀고 ECB에 초단기 예치도<br>"외부 유동성 충격 받을땐 파산 줄잇는다" 우려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 은행들이 담보의 덫에 걸렸다." 29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적이다. 이처럼 유럽 은행들이 대출을 위한 담보부족에 시달려 유동성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ECB가 기록적인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유로권 은행이 시중에 돈을 더 풀기는커녕 오히려 ECB에 초단기 예치하면서 유럽 재정위기 해결 기대감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WSJ는 이날 "유럽 은행들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채권발행 등 시장에서의 차입이 어려워지자 ECB에 대출을 요청했지만 차입의 우선조건인 담보물이 부족하다"며 "유동성 위기를 다시 고조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채권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담보부족까지 겪는 은행들이 ECB에 손을 벌리기 위해 은행 자산을 모두 내놓는 '자산저당'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 경우 은행들이 외부 유동성 충격을 막을 수 있는 방어막이 사라져 결국 파산에 이르거나 구제금융이 잇따를 수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 합작은행인 덱시아가 지난 10월 유동성 부족으로 파산 위기에 몰려 정부 구제금융을 받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WSJ는 뱅크오브잉글랜드(BOE)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은행자산 저당화를 시장이 이미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영국 금융청은 최근 자국 은행을 대상으로 자산저당화가 어느 수준인지를 비밀리에 조사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 신뢰가 떨어진 유럽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우량 자산을 담보로 설정해 ECB에 맡기고 저리로 대출 받는 것이다. 하지만 담보로 사용하는 유럽 국채와 회사채 등 투자등급의 일반채권은 갈수록 부족한 상황이다. ECB는 이달 초 유럽 은행들의 담보자산 부족현상을 우려해 자산담보부증권(ABS) 등 일부 사채까지 담보로 인정하는 등 담보물의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ECB에 대한 유럽 은행들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은행 스스로의 자금조달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탈리아가 28일(이하 현지시간) 90억유로 규모의 단기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으나 시중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ECB가 아무리 많은 자금을 공급해도 돈이 금융기관에만 맴도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실제 ECB의 이례적인 결단에도 유럽 은행이 돈을 더 풀기는커녕 오히려 ECB에 5,907억2,000만유로를 초단기 예치했다고 AP가 보도했다. 은행들이 1%의 금리로 받은 자금을 0.25%의 금리만 받고 다시 ECB에 예치했다는 얘기다. 그만큼 유럽 은행들의 채무상환이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29일로 예정된 이탈리아의 장기채 발행이 유로존 위기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는 "진짜 테스트는 지금부터"라고 입을 모았다. 이탈리아가 29일 3년과 7년 및 10년 만기채 등 모두 85억유로어치를 발행하는 것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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