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시민 없는 시장 선거


"안철수는 안 나와요?" 기자가 오는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에 대한 생각을 묻자 날아온 시민의 답변이다. 기자가 만난 시민 중 상당수는 한나라당 나경원ㆍ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나온다는 사실조차 잘 몰랐다. 두 후보가 얼마나 힘든 환경에서 선거를 치르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일까. 선거가 20일도 남지 않았지만 두 후보는 아직 제대로 된 공약이 없다. 나 후보는 강남 이외 지역에 재건축 연한 규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우선 대상인 노원과 도봉구는 올 3월 서울시가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재건축 연한을 단축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65세 이상 시민에게 주는 무료지하철 혜택에 들어가는 2,200억원을 중앙정부에 달라고 한다지만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중앙정부로부터 교부금을 받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비교적 잘사는 서울시에 교부금을 주지 않는다는 중앙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로는 부족해보인다. 아이디어가 넘친다는 박 후보도 마찬가지다. 친환경 전면 무상급식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고 못박았지만 재원 조달 방안이 없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하나인 한강 수중보 철거를 쟁점화 시켰지만 정작 본인은 "환경 관련 시민단체 의견에 따른다"는 두루뭉술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의 10대 핵심 정책과제인 '삶의 질을 높인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 등을 봐도 '한다'만 있지 '어떻게'는 없다. 박근혜와 안철수라는 두 거물에 묻힌 두 후보는 고충이 클 것이다. 시민들이 두 후보에 무관심하고 당선돼 봐야 임기가 1년 남짓한 시장인 것도 맞다. 그렇다고 공약의 부실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우고 정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두 후보 모두 정책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후보들의 자기만족적인 공부에만 그치고 시민들이 그 결과물을 만질 수 없다면 소용없는 노력일 터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