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TV 시대엔 배우·정치인 역할 비슷”

영화배우가 정치가로 성공적 변신을 하는 이유는 뭘까?23일 미국 abc방송 인터넷판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유명 배우들이 정치 입문에 성공한 원인을 분석했다. `터미네이터`로 잘 알려진 영화배우 슈워제네거는 지난해 주지사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그에게 주 행정을 이끌만한 지적 능력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성 추행 전력 등이 드러났지만 이런 약점도 그의 당선을 막진 못했다. 최근 필리핀에서 대권 도전에 나선 유명 영화배우 페르난도 포 2세도 여론조사에서 아로요 대통령을 누르고 1위를 달리고 있다. 필리핀 국민들은 역시 영화 배우 출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던 조셉 에스트라다가 하야한 뒤 재직 중 부정축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포2세를 외치고 있다. 인도에서는 힌두신 역을 도맡아 했던 배우 아미타브 바츠찬이 1980년대 의원에 당선됐으며 87년 이탈리아에서는 일명 치치올리나로 알려진 포르노 배우 일로나 스탤러가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성공 이유를 “배우들은 극 속의 `로빈 훗` 이미지로 대중에 어필하고 부유한 엘리트 정치인에 신물 난 대중은 국가를 영화촬영장으로 착각, 이들을 대표자로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뉴욕주의 시러큐스대 로버트 톰슨 교수는 “TV 시대엔 정치인의 일이 배우와 다르지 않다”며 “TV를 통해 얼굴과 이름을 알린 배우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정치적 진출이 단순히 비이성적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아르빈드 라자고팔 뉴욕대 교수는 “대중들은 현대 정치의 맹점인 관료주의의 한계를 잘 알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배우 출신 정치인의 성공 사례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배우 보다는 정치인으로 기억되는 레이건 전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는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처럼 부정부패에 휘말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스트라다는 슈워제네거의 주지사 당선 소식에 “당신이 해온 것은 연기지만 정치에선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데 함정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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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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