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법조3륜 파동이 남긴 것

이용훈 대법원장이 자신의 검찰ㆍ변호사 비판 발언에 대해 사실상 사과했다. 발언이 언론에 알려진 지 일주일 만이다. 법원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던 검찰은 확전 대신 “공판중심 재판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변협 역시 “이 대법원장 탄핵”에서 한발 물러나 관망하는 눈치다. 이 대법원장의 사과발언에 따라 제2의 사법파동으로 확대되는 것은 일단 막은 듯하다. 사실 “검찰 조서를 집어던져라”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사람을 속이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 등의 이 대법원장 발언은 ‘재판을 잘하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를 그대로 추인하거나 변호사가 낸 서면만 가지고 재판할 게 아니라, 공개된 법정에서 증인심문 등을 통해 잘잘못을 따지는 공판중심주의와 구술변론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당연한’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파문을 낳은 것은 사법개혁이라는 큰 칼을 누가 쥐느냐 하는 문제와 연결되면서 과연 법조 3륜 중에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 하는 생존논리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가만히 있으면 자기 밥그릇을 챙기지 못한다는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파문이 확산된 측면이 없지 않다. 더구나 갈등과정에서 보인 법조 3륜간 대응도 유아적이었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석에서 이 대법원장을 지목해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며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고, 변협에서는 “탄핵”까지 거론했다. ‘숲’(사법개혁)을 보지 못하고 ‘나무’(집단이기)에만 집착한 법조 3륜의 속 좁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네티즌들은 “위엄있는 법복 속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게 돼 실망”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사법개혁의 화두를 국민 관심사로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그러나 “하는 짓들이 똑같은데 누가 주도권을 잡은들 개혁이 제대로 될까”라는 냉소감만 부추긴 게 아닌지 법조 3륜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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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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