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공직자는 영원하다?


'충(忠)'은 공직자로서 으뜸인 덕목일 터다. 문제는 충의 방향이다. 국민을 향하지 않고 대통령을 향한 충성심은 삐뚤어진 결과를 낳는다. 국가정보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의혹 사건이 이를 증명한다. 이 정부의 공직자는 왜 국민이 아닌 대통령을 바라볼까. 여기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사실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발탁한 인사 중에'낙마'라는 운명에 처한 사람 이야기다. 낙마한 후 이들의 행적을 보자. 김석기 전 경찰청장 후보자는 이번 달부터 오사카 총영사를 맡았다. 그는 2009년 2월 경찰청장으로 내정됐으나 용산참사 책임을 지고 후보자 직위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로부터 석 달 여 만에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를 맡아 활발하게 활동해온 그가 또 다른 임무를 부여 받은 것이다. '박연차 게이트'의혹에 거짓말로 대응하다 낙마한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어떤가. 같은 게이트에 연루돼 의원직을 상실한 지역구에서 치르는 4ㆍ27 재보궐 선거의 한나라당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쪽방촌 투기의혹으로 낙마한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후보자직 사퇴 한 달 여 만에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됐다. 이 정부 초기 낙마한 사람들의 기세도 여전하다. 부동산 투기의혹 등으로 물러난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현재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다. 같은 의혹으로 그만둔 박은경 전 환경부 장관 후보자 역시 외교통상부 대외직명대사다. 중도사퇴한 뒤 민간에서 실속을 차린 경우도 있다. '스폰서 검사' 논란을 일으킨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는 지금 법무법인의 상임고문이다. 재산축소신고 의혹 때문에 낙마한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KT 사외이사 자리에 앉았다.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처럼 경질된 뒤 다시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을 맡은 사람들은 눈에 띄니 눈총이라도 받는다. 하지만 물러난 뒤 보이지 않는 고위직에 도로 앉은 사람들은 이 조차 거치지 않는다."한 번 발탁하면 끝까지 챙긴다"는 이 정부의 철칙 앞에 누구는 감사하고 누구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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