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채권단이 금호산업에서 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금호의 핵심계열사에 대한 지배권 확보에 나서면서 이들 계열사에 대한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 주체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지난달 채권단 발표에서는 박삼구 명예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박찬구 전 화학부문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을 나누어 맡기로 했지만 금호산업과 아시아나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경영 형태가 거론되지 않았다.
금호아시아나는 일단은 채권단과 FI 측이 조율에 성공, 워크아웃 등 그룹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점은 환영하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주도로 실사작업이 마무리되고 추가자금 지원 등이 원활하게 이뤄져 그룹 회생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력인 아시아나항공과 이 회사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에 대한 경영권을 완전히 상실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룹의 상징인 아시아나항공 등이 채권단의 직접 경영 하에 놓인다면 이는 그룹 해체와 다름 없다"고 했다.
특히 금호그룹이 지난해 말 금호산업에서 금호석유화학으로 이동시켜 놓은 아시아나 지분을 원상 복구키로 하면서 금호산업 경영권에 대한 그룹 안팎의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오너 일가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이 거론되지만 시장에서는 결국 채권단이 금호산업-아시나아항공-대한통운으로 이어지는 핵심 계열사 라인을 '패키지'로 관리하면서 추후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업황이 살아나는데다 인허가 등 복잡한 사업절차와 글로벌 인프라를 고려하면 시장에서 즉각 대어급 매물로 떠오를 수 있다.
다만 금호는 이달 말로 예정된 구조조정 양해각서(MOU) 체결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호의 다른 관계자는 "계열사 경영 형태를 포함한 모든 조정안은 이달 중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전까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재계에서는 금융권이 대형 항공사 등을 직접 경영하기 어려운 만큼 박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에게 간접적으로 경영권 일부를 보장해줄 가능성 또한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대우건설과 금호타이어 등 매각 및 워크아웃 대상 계열사의 노조의 반발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정리해고 명단을 통보 받자 집행부 단식투쟁에 나서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 "금호타이어 노조가 구조조정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아 채권단이 1,000억원의 지원자금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타이밍을 놓치면 쌍용차 노조와 똑 같은 형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 노조도 회사 매각대상 선정과정 등에 반발하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 동반 책임론과 오너 일가의 완전 퇴진 등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단체와 정치권까지 '갑론을박'에 뛰어들고 있어 금호아시아나 구조조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