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게임중독


2005년 11월 한 고교생이 사망했다. 모범생으로만 여기던 학생을 비극으로 이끈 것은 끼니도 거른 채 몰두했던 인터넷 게임. 한달 전 20대 청년의 PC방 사망과 맞물리면서 이 사건은 그렇지 않아도 하루 종일 게임으로 살아가는 자녀를 위태롭게 바라보던 학부모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게임 중독이 사회 최대의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한때 차세대 기대주로 각광받던 게임산업의 위기가 이렇게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게임 중독'이 처음 거론된 것은 1998년 미국 게임기업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를 출시하면서부터. 정해진 공식에 따르는 컴퓨터가 아닌 온라인망을 통한 사람 간 전략 대결로 바뀌면서 청소년들은 PC방으로, 자기 방 PC 앞으로 달려갔다. 공부와 경쟁, 입시에 운동장을 잃어버린 학생들에게 게임은 어른들이 모르는 해방구가 돼 갔다. 국내 게임산업이 단시간 내 급성장한 배경이다. 학부모가 고운 시선을 보낼 리 없다. 내 아이를 망치는 괴물과 산업 성장, 학부모와 게임업계의 대립은 그렇게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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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결에서는 학부모가 완승을 거뒀다. 2011년 셧다운제의 도입이 그 결과물이다.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2차대전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학부모들의 지지 속에 여당 의원이 게임은 마약과 같은 대상으로 엄격히 다뤄야 한다며 '게임 중독법'을 발의하자 업계를 등에 업은 야당 원내 대표가 '잘못된 꼰대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고 한다.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는 학부모와 게임산업 육성을 내세운 업계가 정치인을 내세워 서명 대리전을 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정작 피해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그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 우리 아이들이 왜 학습을 외면하고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이 폐해만 논할 뿐이다. 손톱 밑 가시는 알아도 염통에 쉬 스는 줄은 모르고 있다. 이대로라면 어떤 규제가 만들어지더라도 제3, 제4의 게임 중독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게임을 탓하기 전에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 어른들의 책임, 교육의 부재를 먼저 논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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