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위험관리도 '사람'이다


최근 한국 증시가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그리스발 유럽재정위기의 전염 가능성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그 원인이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무역구조와 자본시장이 개방돼 해외 노출도가 높은 한국 주식시장의 특징상 높은 변동성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의 하락폭이 다른 나라보다 유난히 크게 나타났다. 외국인 매도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까지 수출기업 실적 악화를 걱정하며 뒤늦게 매도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더 들여다보면 제도적인 문제점도 한몫한 것을 알 수 있다. 자산운용사의 펀드나 각종 기금과 은행을 위시한 금융기관의 고유계정, 그리고 위탁계좌에 신용을 제공하는 증권사의 위험관리 규정과 시스템이 너무 경직되게 운영된 점이 변동성을 키웠다. 특히 펀드 로스컷(손절매)이나 종목 로스컷 등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킨 부분은 되짚어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운용자 입장에서는 규정대로 집행했기 때문에 책임을 면하지만 모두가 면책되는 사이 국가적인 손실만 불어난다면 이를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서 규정의 탄력적 운영과 리스크 담당자의 유연성을 강화시켜 자금 운용자와 조화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특히 리스크 관리 담당자의 실력 양성과 처우 개선,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는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몇 차례 위기 경험으로 리스크 관리능력이 중시되면서 해당 인력을 채용하고 늘려왔다지만 단순히 법적 규제 때문에, 또는 감사를 대비하기 위한 형식에 치우친 면도 없지 않다. 이제 와서야 일부 기관은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뽑을 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고 푸념하지만 이는 그동안 위험관리 전문인력에 대한 낮은 처우 등 전문가 양성을 위해 소홀하게 움직인 데 따른 결과다. 늦었다고 생각하기 전에 미래를 보고 꾸준히 위험관리 인력을 양성하는 한편 이들이 자금 운용자와 긴밀한 협조가 가능하도록 서둘러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앞으로는 실질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투자은행(IB) 강국을 표방한다면 이 같은 노력은 더욱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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