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현사은 특히 대기업이나 금융계, 공공기관의 핵심요직 근무자들과 정치인, 노동조합 간부 등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고 있다.A기업의 구조조정을 담당하고 있는 K본부장(52)은 최근 회사명의로 등록된 휴대폰이 있는데도 부하직원의 이름을 빌려 추가로 가입했다. 회사 구조조정 관련 정보가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누출돼 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도·감청이 예상외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디지털 휴대폰에 대한 감청장비도 이론적으로는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한 요인이다. 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가 「이동전화는 도청되지 않습니다」라는 합동광고까지 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K본부장은 현재 기존 휴대폰은 도·감청의 우려가 있어 받을 때만 사용하고 중요한 얘기를 할 때는 부하직원 이름으로 가입한 휴대폰을 쓰고 있다.
모 대기업 총수가 법인명의로 휴대폰을 10대나 구입해 돌아가면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도 이같은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또 다른 대기업 회장실에는 도·감청을 할 경우 표시되는 비화기까지 설치하고 있다.
야당의 B국회의원도 최근 무심코 하는 얘기가 정보기관을 통해 감청될 것을 우려해 친구 이름으로 휴대폰을 사 두 개를 사용하고 있다.
이 의원은 『야당의원은 물론 여당의원중에도 상당수가 휴대폰을 2개 이상 사용하고 있다』며 『도·감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이나 전화가입은 원래 차명가입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가입자 본인이 직접 가입한 후 다른 사람에게 이용토록 넘겨주고 있어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백상창(白尙昌)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은 이에대해 『민주화와 근대화의 급류속에 전통적인 믿음의 관계가 붕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를 방치할 경우 사회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모두가 동의할 수있는 도덕률을 시급히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환기자HH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