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권혁상 대성상사 사장/“완전국산볼펜 내손으로”(화제의 기업인)

◎부친유산까지 털며 필터·유도심 개발/이젠 원사연구로 극일 ‘마지막승부’대성상사의 권혁상 사장(56)은 볼펜을 비롯한 각종 필기구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든다. 잉크를 모아두는 필터, 필터에서 펜촉까지 잉크를 보내주는 유도심이 그것이다. 볼펜이 1백% 국산화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필터와 유도심을 국산화했다. 필터는 한개에 4원, 유도심은 1개에 8원50전이다. 그는 작지만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 권사장은 지난 90년 대성상사를 설립하고 2년에 걸쳐 필터를 자체 개발했다. 필터는 폴리에스테르실이 주원재료다. 여러 가닥의 실을 빡빡하게 뭉치고 겉을 코팅하면 필터가 된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 일제를 수입해 썼으며 국산은 볼펜제조업체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권사장이 만든 필터는 품질이 좋아 곧 거래선을 확보해 납품량을 늘릴 수 있었다. 현재 4원짜리 필터를 매달 1천만개 생산해 년간 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권사장은 지난 92년부터 다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볼펜 부품의 핵심인 유도심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도심 역시 원재료는 폴리에스테르실이다. 유도심은 모세관구조를 통해 필터에서 나오는 잉크를 펜촉까지 전달한다. 모세관구조를 만드는 기술이 의외로 어려워 당시 전세계적으로 일본만이 독점 생산하고 있었다. 권사장은 4억원 이상을 들였지만 실패 했다. 그는 아버지가 물려준 김포땅 2천평을 1억6천만원에 팔아 다시 연구를 했다. 결국 정부지원등 모두 13억여원을 투입해 지난해 개발에 성공했다. 『모든 연구결과가 허사로 돌아갔을 때는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성상사는 곧 많은 볼펜제조업체에 자체 개발한 유도심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최대 수요처인 마이크로가 올초 부도를 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납품대금으로 받은 5억원어치의 어음이 휴지가 됐다. 그러나 권사장은 마음을 편히 먹고 있다. 『마이크로가 점차 살아나고 있으니 언젠가는 돈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현재 권사장은 마지막 도전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는 폴리에스테르실을 국산화하는 일이다. 산학공동연구로 연말이면 성과가 나올 예정이다. 『유도심 값이 일제의 절반 수준이어서 수출전망은 밝은 편입니다. 하지만 성급히 수출을 할 경우 일본이 실공급을 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말에 실을 개발하면 내년부터 수출전선에 뛰어들 계획입니다』 무엇이든 한 우물을 파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서 권사장은 고집스럽게 자기 길을 걷고 있다. 『수입대체액을 보면 보잘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무역적자도 줄이고 국가경쟁력도 높이는 게 아닐까요』<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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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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