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자산 1조~2조 상장사부터 시작해 대상 기업 점차 늘릴듯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 방안은<br>변호사측 "자산 1000억 이상 기업은 무조건 둬야"<br>재계 "비용 부담 고려 2조이상 기업에 적용" 맞서<br>자격은 감사 등 관련부서 10년 이상 경력자로 합의

지난 9월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법무부 주최로 열린 상법 시행령 개정 공청회에서 한 방청객이 토론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진제공=법률신문


정부가 준법지원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기업의 조건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준법지원인 제도 최종안을 검토하고 있다. 준법지원인을 둬야 하는 기업의 규모를 1~2조원 등 특정 자산 이상의 회사로 적용해 일단 제도를 시작하고 점차 대상 기업의 자산 범위를 줄여나가 적용 기업을 확대시키겠다는 뜻이다. 준법지원인제도는 지난 3월 개정 상법이 국회를 통과해 도입이 확정됐지만 적용 기업의 범위 등을 규정하는 시행령 세부내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한변협 등 변호사 단체는 자산 1,000억원 이상의 기업은 모두 준법지원인을 둬야 한다고 고집하는 반면 재계는 기업 비용 부담 등 여건을 고려할 때 2조원 이상의 기업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는 준법지원인제도 적용 대상 기업으로 1~2조원 혹은 5,000억원 등 특정자산 이상을 적용하되 기간별로 자산범위를 축소해 적용기업을 점차 확대시키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 같은 방안에 무게를 두고 준법지원인 제도의 적용 기업 범위를 이달 말까지 결정할 방침이다. 준법지원인제도는 상장사의 경영진이나 임직원이 정해진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회사경영을 적절하게 수행하는 지 감시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등 회사의 준법ㆍ투명경영 및 주주보호를 유도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지난 4월 공포된 개정상법의 시행령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세부 내용이 정해져 내년 4월부터 적용된다. 법무부의 고위 관계자는 "준법지원인 적용 기업의 자산범위가 어떤 식으로 결정되든, 기간별로 단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이를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계는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에 준법지원인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은 사실상 이미 사내변호사와 법무팀을 가진 회사들이 대부분이어서, 2조원 이상으로 결정할 경우 준법지원인 제도는 실제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낮춰 잡아도 1조원 이상 기업에 준법지원인을 두는 방안이어야 입법 취지에 맞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법조계와 재계의 의견을 적절히 반영해 최소 5,000억원 이상 기업에 준법지원인을 둬야 한다는 절충안도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개했다. 상장사들의 경우 법률문제를 담당하는 감사, 공시책임자 및 내부회계관리자, 법무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은행ㆍ증권ㆍ보험사 등 대부분의 금융사도 별도의 준법감시인을 두고 있다. 이 밖에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사외이사는 이미 3,100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내 법무팀에 이미 변호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에서는 준법지원인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변호사 1명 이상을 새로 고용해야 하는 중견 기업들은 이른 바 '옥상옥 규제'라며 준법지원인 제도 적용대상 기업의 범위를 최소화해 일부 대기업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 단체들도 여러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업 부담 완화 차원에서 준법지원인 적용 대상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로스쿨 졸업생, 법률시장 개방 등 법조계 이슈 영향으로 변호사 일자리 확보 차원에서 제도가 도입됐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라며 "준법경영, 투명경영 등 도입취지는 좋지만 고임금을 받게 될 변호사의 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최소화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산 2조원 이상의 큰 기업에 국한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변호사업계는 변호사 1명 고용은 자산 1,000억원 이상의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자산 500억원 이상 1,300여개 기업에 모두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서울변회는 "SK그룹 사태에 비춰 준법지원인제를 확대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은 오랫동안 정경유착, 관치금융 등을 배경으로 불법행위를 일삼아 경영투명성이 부족해 외국 투자가들로부터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상장의 전제조건으로 준법지원인 존재여부를 심사하고, 자산규모와 상관없이 형사처벌 또는 행정제재 전력이 있는 곳은 준법지원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는 단기적으로는 준법지원인 고용이 비용으로 다가올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준법경영의 토대가 돼 기업에겐 필수 자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준법지원을 통해 기업투명성이 확보되는 순간 국내외 투자가 활성화되고 기업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주장이다. 법무부가 재계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 자산 2조원이상의 상장사를 대상으로 준법지원인 의무를 부과할 경우 대상 기업은 전체 상장사의 7.8%인 137개사가 된다. 또 1조원으로 조율할 경우 217(12.3%)개가 적용대상이다. 반대로 변협 측의 의견을 따를 경우에는 자산 1,000억원 이상 940개사(53.2%)가 준법지원인을 고용하게 된다. 학계 측의 절충안인 자산 5,000억원 이상의 경우 전체 상장사의 17.9%인 316개사가 그 대상이다. 준법지원인의 자격에 관해서는 지난 9월 7차 공청회에서 '법학분야의 학사학위 이상 학위 소지자로 상장회사에서 준법감시, 감사 및 이에 준하는 부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자'로 규정하자는 데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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