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숫자 3,740만의 뜻

정승량 기자 <정보산업부>

‘130,000×4×20=10,400,000’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92년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떠돌았던 당선공식 중 하나다. 당시 13만 현대그룹 임직원들이 직계가족(평균 4명)을 끌어들이고 그들이 다시 한명당 20명씩(협력업체 포함)만 확보하면 1,000만표는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불발로 끝났지만 이 같은 등식이 전혀 ‘생뚱’ 맞지는 않았기에 다른 후보들은 바싹 긴장하고 재계도 숨을 죽인 채 대선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10원씩만 남겨도 3억7,400만원, 100원씩이면 37억4,000만원, 1,000원씩이면 374억원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목숨 걸고 달려들 만하지 않겠나.” SK텔레콤ㆍKTFㆍ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개 업체에 프로그램 하나를 납품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던 한 업체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왜 그렇게 안달하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5월 말 기준 3개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3,740만명의 힘을 그는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물론 숫자가 경영의 정답은 아니지만 경영의 핵심 참고자료 중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민단체들이 이동통신회사들이 발신자정보표시(CID) 서비스와 문자 서비스(SMS)에 부과하는 요금에 대해 인하 혹은 폐지를 주장하고 이동통신 3사는 결사 반대하고 있다. 음성전화시장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과 이동통신업체들이 새 수익모델을 고민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자는 뜻은 아니다. 예컨대 월 1,000원에 CID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가 1,000만명인 업체의 경우 이 서비스 하나로 월 수입은 100억원, 연 수입은 1,200억원에 달한다. 부가 서비스 하나가 웬만한 대기업의 매출액과 맞먹는다. 이제 CID나 SMS도 우리 국민에게는 담배 같은 기호품이 아니라 쌀 같은 ‘생필품’으로 자리잡은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3,740만’이라는 숫자는 이동통신업체들에 내려진 무거운 ‘사회적 책임감’이다. CID와 SMS요금은 이제 개선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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