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서울대 참회록, 그 용기를 실천으로

서울대가 교수들의 학생인권 침해 실상을 공개했다. 소문으로 전해지던 교수들의 횡포와 비리가 사실로 백일하에 드러났다. 대학원생에게 지도교수의 폭언과 욕설ㆍ성희롱은 다반사이고 심지어 연구비를 빼돌리라고 강요한다. 반지성적 차원을 넘어 명백한 범죄행위가 캠퍼스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신이 집을 비운 기간에 강아지 먹이를 챙겨주라는 교수도 있다.

이 정도면 스승과 제자가 아니라 주인-노예 주범-종범 관계이다. 학생들로서는 최악의 부당한 처우와 탈법을 강요 받아도 속수무책이니 이런 인권침해가 없다. 최고의 상아탑인 서울대에서 엄연하게 벌어지는 불편한 진실이다.


서울대가 이번처럼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벌이기는 처음이다. 대학원생과 학부생 등 3,1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더불어 제보자 및 피해자 심층면접을 병행했다. 서울대가 이런 조사에 나서고 결과를 공개한 것은 캠퍼스 내 인권침해와 비리 수준이 자체 정화노력으로 해결 가능한 선을 넘어섰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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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극소수라고 해도 교수가 제자에게 연구비 횡령방법을 '지도'하는 현실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파릇파릇한 학생들이 기성사회에 갖게 될 실망감과 반발 또는 무기력한 타협과 굴복을 생각하면 이건 사회와 국가에 대한 도전이다. 대학 경쟁력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호사스러운 일이다.

대학이 현재와 과거의 치부를 드러낸 것은 용기 있지만 중요한 것은 미래다. 관행과 문화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구태와 악습을 끊어내는 일이다. 구체적인 실천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예컨대 지도교수가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졸업논문 심사절차도 공정성이 담보되도록 투명하게 개선돼야 한다. 서울대는 참회록을 쓰는 심정으로 교수사회를 개선할 강력한 조치들을 내놓아야 한다.

해결의 열쇠는 교수 개개인의 양심과 지성 회복에 있다. 이는 비단 서울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대학들도 이번 조사 결과를 강 건너 불 구경해서는 안 된다. 서울대의 실태가 그 정도라면 다른 대학이라고 크게 벗어날 수 없다. 물론 교수사회 전체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학식과 인품을 갖추고 바르고 곧게 정도를 추구하는 교수들도 많다. 양식 있는 교수들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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