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을 위한 힌트는 미국 팀에만 알려줘야죠."
올림픽 골프 경기가 열릴 코스의 특징에 대한 질문에 길 핸스(48ㆍ미국)는 가벼운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핸스는 112년 만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골프 경기가 열릴 코스의 설계를 맡은 디자이너다. 지난 3월 잭 니클라우스, 그레그 노먼, 게리 플레이어 등 쟁쟁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 설계자들이 참여한 응모에서 당당히 올림픽 코스 설계자로 선정됐다. 충북 진천의 에머슨 골프클럽(옛 중앙CC)의 1차 리노베이션 작업 마무리 차 방한한 그를 7일 만났다.
"다른 올림픽 경기시설과 달리 대회 후 일반에도 공개되는 골프장의 설계를 맡게 돼 행운"이라는 핸스는 "현대 선수들은 멀리 잘 치기 때문에 코스 디자인이 더 어렵다. 코스 곳곳에 심리적인 긴장감과 도전적인 플레이를 요하는 요소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코스는 선수촌에서 5㎞ 정도 떨어진 바하에 2014년 하반기 오픈 예정으로 조성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는 영감을 받는 코스로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최소한의 인공을 강조하는 미니멀리스트 설계자인 그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자연 그대로의 디자인이면서도 도전적이고 재미있다"면서 "메이저 대회(브리티시 오픈) 개최지인 동시에 핸디캡 10인 나 같은 골퍼에게도 갈 때마다 다른 재미를 준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에서는 대지가 광활하고 해저드와 벙커가 자연 친화적인 파인밸리(뉴저지주)와 내셔널 골프클럽(뉴욕주)을 들었다. 그는 "표고차가 최대 7m 정도인 평탄한 부지에 이들 세 군데의 개념을 반영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코스 공략에 대해 "자주 플레이하면서 코스를 잘 이해하고 그 코스에서 자신에게 긍정적인 측면을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 그는 "점점 코스가 길어지는데 아마추어의 경우 페어웨이 폭이 45야드 이상에 전체 길이는 6,100야드 정도면 플레이 시간과 운영, 흥미 면에서 알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27홀 가운데 레이크 코스 9개 홀 리노베이션을 최근 끝낸 에머슨 골프클럽의 이만규 대표는 "최소한의 변경과 공사만으로 완전히 다른 코스로 바꾼 디자이너의 창의성과 근면함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핸스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2015년 개장 예정인 에머슨의 안면도 골프장 설계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