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경기회복 견해차낙관론-WSJ등 "부양정책 효과 소비회생 기미"
비관론-10년 호황에 과잉투자 조소회복 어려워
미국의 경기침체가 완만하게 진행될 것인가, 아니면 대공황에 버금가는 심각한 수준으로 전개될 것인가.
경제전문가들은 테러 참사와 보복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폭을 0.4%부터 10%까지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비즈니스위크 등 미국 언론과 뉴욕 월가의 경제전문가들은 3ㆍ4분기와 4ㆍ4분기 침체는 불가피하지만 그 정도가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비해 이코노미스트 등 영국계 언론들은 지난 30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불황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침체 강도를 약하게 보는 관점은 미국 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심각하게 보는 측은 'L자형' 장기침체론에 근거하고 있다.
◆ 완만한 침체론
경기침체가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 테러 참사 후 위축됐던 소비가 살아나고 있고 ▲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부양 정책을 취하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1개월여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인들의 소비가 참사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침체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경제활동량의 척도로 활용되는 북미 철도화물적재량이 10월 첫째주에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손성원 웰스파고 은행 부행장은 테러 직후 미국 경제가 침체로 진입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최근에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참사 후유증이 잘 극복되고 있다며 완만한 침체론에 가세하고 있다.
또 FRB가 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가장 신속하고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했고 연방정부가 GDP의 1.3%에 해당하는 1,300억달러의 재정확대 정책을 채택하기로 함에 따라 미국의 소비자들이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과잉 재고가 정리되고 있기 때문에 침체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 심각한 침체론
미국의 경기침체를 심각하게 보는 관점은 테러와 전쟁의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지난 10년간 장기 호황에 따른 ▲ 과잉설비 ▲ 과잉투자 ▲ 과잉대출의 구조적 문제가 폭발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전세계 경제가 동시에 침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만의 빠른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의 산업 재고가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 과잉물량이 적체돼 있고 투자에 비해 자금 회전율이 낮아 올해도 기업 투자가 30%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블루칩 500대 기업의 수익율이 2ㆍ4분기 전년 동기 대비 60% 하락했고 연간으로는 지난해보다 30%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기업들은 장기 호황에 따른 수익 확대로 차입 규모를 늘렸고 가정에서는 주식시장 활황으로 신용대출을 확대했기 때문에 금리 인하와 감세가 부채 정리에 사용될 뿐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지난해 13% 증가했던 세계 교역량이 올해는 그 성장을 멈출 것으로 예상돼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이 비관론자들의 포인트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미국 경제가 30년대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