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깡통 아파트와 버블

최근 프리미엄이 없거나 분양권 값이 분양가에도 못 미치는 소위 ‘깡통’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그동안 분양시장에서는 중도금 무이자와 이자후불제의 금융혜택을 누린 아파트가 많았다. 이 같은 아파트의 경우 입주가 다가오면 잔금과 중도금에 대한 입주예정자의 이자부담이 커져 매물이 급증하고, 이는 곧장 깡통 아파트 양산과 연결될 공산이 크다. 수백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형성됐던 프리미엄이 제로가 되거나 심지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부동산 거품이 빠질 때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부동산투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2001년 2ㆍ4분기부터 정점에 달했던 2003년 2ㆍ4분기까지의 기간 동안 전국 도시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48.5%, 서울은 59.5%(강남지역 71.7%)였다. 국내 경제의 잠재성장률(5~6%)과 물가상승률(2~3%)을 감안해도 최소 30~41%는 버블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 같은 버블이 형성되기까지 들어간 가계자금 중 137조~183조원은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금, 즉 ‘빚’이다. 빚이 이처럼 눈덩이처럼 커진 상태에서 가계 부문의 내수회복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그동안 수출 호황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침체를 이어간 근본적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쯤 되면 왜 부동산 버블이 심화됐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책임 소재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정부는 지난해 많은 부동산투기 대책을 발표했지만 부동산투기가 언제, 어디서, 누가, 얼마나, 어떻게, 왜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통계는 제시하지 못했다. 모 연구소는 “정부의 부동산 거래 관련 통계라는 게 기껏해야 민간 시중은행에 위탁한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가격 동향”이라면서 언론에서 요란스럽게 떠들면 여론에 밀려 언론대책용 정책 발표가 나오는 게 고작이라고 꼬집었다. 부동산투기 선봉대의 투기심리 조장과 전당포식의 안전한 이자 수익을 노려 무차별적으로 아파트 담보대출에 나선 예금은행도 공범들이다. 거시경제의 건전성은 무시한 채 부동산시장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 이들의 극히 단락적인 전망과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한 언론 역시 혐의를 벗기 어렵다. 한국적인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의 버블 붕괴는 그 어떤 악재보다 파괴력이 크다. 연착륙은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냉정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 버블을 확대 재생산하거나 미봉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걸러져야 한다. /정구영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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