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 29일] 공기업의 도 넘은 충성

공기업을 향한 개혁의 칼날은 ‘실용’을 전면에 내세운 이명박 정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기업이 주요 개혁대상 중 하나로 꼽히면서 정부는 민영화에서 ‘선진화’로 이름만 바꿔달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문제는 공기업 구조조정의 과정이 기업체 간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과잉충성’의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임금 삭감이나 인원 감축을 놓고서도 공기업들은 관련 보도자료에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를 넣었다. 일부는 “기사에 반드시 ‘최초’ 혹은 ‘최대’를 표기해달라”는 부탁을 곁들이기도 했다. 표면상 홍보 전략이지만 청와대의 눈길을 한번 잡아보자는 의도가 다분하다. 공기업의 ‘눈물겨운’ 홍보전략은 고도의 통치전략이 가져온 효과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은 “ (농어촌공사가) 공기업 구조조정의 좋은 모범 사례”라고 칭찬했고 이후 공기업의 구조조정 경쟁이 격화됐다. 인력 감축이나 간부급 사원의 임금 삭감의 폭은 갈수록 커졌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구조조정의 방향이나 폭ㆍ시기를 놓고 노사 간 협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구조조정 계획은 한 달 새 마무리됐다. 구조조정안이 갈무리되자 이번에는 신입사원의 임금을 줄여 채용을 늘리자는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이 경쟁의 대상이 됐다. 취지는 좋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사합의의 부담이 덜한 신입사원의 임금을 삭감해 그 금액만큼의 직원을 더 채용하자는 방법은 언뜻 보기에 무릎을 탁칠 만큼 좋은 방안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것이 공기업 간 경쟁이 됐을 때 나타날 부작용 등을 따져볼 때는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는다. 수출보험공사가 28일 ‘노사합의를 전제할 경우에는 (공기업)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신입직원의 임금 25%를 삭감해 신규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이 단적인 사례다. 수보는 하지만 올해 신규채용 규모 등은 아직 정하지 못했다. 2009년 신입직원과 2008년 직원과의 임금격차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방안도 없다. 공기업들의 경쟁적인 발표가 어쩐지 사회적 안정을 위한 선의로만 느껴지지 않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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