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글로벌 선도기업답지 않은 애플의 악덕

미국 애플의 납품업체들이 거래과정에서 빚어지는 숱한 횡포를 견디지 못해 들고 일어났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애플과 맺은 납품계약서의 독소조항을 개정하겠다고 벼르고 있으며 대만 협력사들도 10%의 단가인상을 요구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애플이 막강한 구매력을 앞세워 무리한 요구를 일삼다 보니 납품업체들로서는 더 이상 버텨낼 여력이 없어진 탓이다.


애플은 흔히 혁신과 창조의 아이콘으로 불리지만 하청업체를 냉혹하게 다루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애플판 노예계약서라는 말이 나올까 싶다. 애플은 아이폰 한 대를 팔아 200달러의 수익을 챙기면서도 하청업체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업체 간 최저가 납품경쟁을 부추기는가 하면 제멋대로 발주를 취소해 파산한 기업도 나오고 있다. 핵심 협력사인 폭스콘 중국 공장이 미성년자를 고용해 물의를 빚게 된 배경도 그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언론들도 애플 성공의 이면에는 과중한 노동강도, 열악한 노동환경 등 납품공장의 비참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애플의 성공신화는 창의력과 혁신의 소산이지만 협력업체들의 땀과 노력이 깔려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수많은 협력사들은 다채로운 주변기기를 개발해 사용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기여해왔다. 애플은 더 이상 가격 후려치기나 특허권 남용 같은 횡포를 일삼다가는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최근 아이폰5의 지도 오류와 제품결함 논란이 불거진 것도 기존의 공급 체인망에 한계가 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새겨 들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애플을 최고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애플 제품에 열광하는 소비자들도 애플의 어두운 이면을 접하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이 애용하는 물건이 열악한 근로자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아름다운 기업에서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다. 원가를 줄이고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라지만 지켜야 할 금도가 있는 법이다. 합리적인 이윤체계를 마련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야말로 시대의 요구다. 애플은 위대한 기업을 넘어 존경 받는 기업의 조건이 무엇인지 자각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