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참을 수 없는 탐욕, 지울 수 없는 문신과 같죠"

김준 개인전 'Somebody' 22일부터

김준 'Somebody-003' /사진제공=박여숙화랑

"최고급 명품 핸드백·구두 소재로 꼽히는 송치(송아지 가죽)는 암소 뱃속의 새끼를 끄집어내 벗긴 가죽입니다. 끔찍하지만 가장 품질이 좋은 가죽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로테스크한(기괴한) 현실이죠. 비싼 뱀 가죽도 다들 싫어하는 뱀에게서 나옵니다. 묻고 싶은 건 그렇다고 그걸 거부할 수 있느냐는 거죠. 물질에 대한 탐욕은 몸에 각인돼 지우거나 거부할 수 없는 문신과 같습니다. '참을 수 없는 물질에의 유혹'이 이번 전시 주제입니다."


'문신 시리즈'로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작가 김준(49)의 개인전 'Somebody'가 오는 22일부터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린다. 문신을 새긴 사람 몸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한 신작 'Somebody' 시리즈 15점과 3D 애니메이션 작품 2점, 데뷔 초기인 1997~1998년 작품 2점 등 총 1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현재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병행 전시, 홍콩에서도 지난 14일부터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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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작품은 보디페인팅을 한 몇 명의 누드모델이 끈적끈적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토막토막 팔·다리·가슴·귀 등 각 신체 부위가 제멋대로 서로 뒤엉켜있다. 선명한 실핏줄과 주름, 잔털과 땀구멍까지 생생한 몸에 조폭을 연상시키는 문신이나, 뱀·송치 가죽 무늬를 그려넣었다. 에로틱하면서도 묘하게 비현실적인, 작가의 말처럼 '그로테스크'한 형태다.

함께 전시된 그의 초기작에서도 드러나듯 그는 사람의 몸, 문신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왔다. 천과 솜을 소재로 섬세하게 표현된 사람 팔뚝 조형물에 문신을 새겨넣은 '타투 가이스 - 타이거'(1997년작)가 대표적이다. 10여 년 전부터 입체가 아닌 컴퓨터 그래픽(3D) 작업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작품 속 몸은 모델의 것이 아니다. 신작 'Somebody' 시리즈에서 피부를 제외한 모든 것은 직접 그려넣은 이미지다. 가상의 신체 형태에 피부 사진을 잘라붙이고, 문신의 잉크 대신 패턴을 더하는 식이다.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고민을 되짚어보니 의식주든 뭐든 모두 몸에서 시작되는 문제더군요. 그렇게 몸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입체 작업을 할 때는 작업실과 작품 보관창고 문제로 힘들었는데, 3D 가상공간에서는 무제한이라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전시는 6월 21일까지. (02)549-7575.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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