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겉으로만 회복… 영국경제 2007년 판박이"

서비스업만 호황 불균형 심화… 기업투자 줄고 무역수지 적자<br>가디언지 경제부장 위기 경고


영국 경제가 겉으로는 회복세를 보이지만 부문별 불균형 심화, 제조업 위축 등 구조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아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과 상황이 유사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진보성향 일간지 가디언 경제부장인 래리 엘리엇은 27일 영국 경제에서 서비스업만 호황을 보이는 등 경제 부문 간 불균형이 크고 기업투자와 무역수지가 모두 저조하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엘리엇은 영국 경제가 호황이던 2007년 "현재의 성장은 흔들리는 지반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위기를 경고하는 책을 출간해 유명해진 바 있다.


엘리엇은 현재 영국 경제상황이 2007년과 판박이라고 분석했다. 겉으로 봤을 때 성장률이 높고 경제 전반이 좋아지는 것 같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 경제 부문별 불균형이 심하고 제조업이 위축되고 있으며 무역수지 역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제조업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산업생산은 금융위기 이전까지 8년간 꾸준히 12%나 하락했으며 5년이 지난 지금은 하락폭이 15%로 커졌다. 무역수지 역시 8월 현재 33억2,000만파운드(약 5조7,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영국 무역수지는 2011년 2월 반짝흑자를 기록한 뒤 현재까지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기업투자 역시 위축된 상태다. 2008~2009년 25%나 하락한 기업투자는 현재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엘리엇은 기업들이 신규 공장이나 기계를 마련하지 않고 노동자와 '제로아워 계약(zero-hour contractsㆍ고용주가 필요할 때만 불러서 일을 하는 계약)'만 체결하는 등 투자는 하지 않고 노동비용만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소비자기대지수가 6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지만 이는 거품일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영국 GFK소비자신뢰지수가 -10으로 2007년 10월 이후 최고를 나타냈지만 임금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적금을 깨고 대출을 늘리면서 소비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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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엘리엇은 당분간 영국 경제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는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은행(BOE)이 경기회복의 불씨를 끄지 않기 위해 초저금리를 일정기간 지속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성장은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엘리엇은 분석했다. 경제가 지속 성장하려면 ▦개인소비 ▦수출 ▦정부지출 ▦투자 등 4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모두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빚을 내 소비하는 추세의 부작용이 곧 드러날 것이고 글로벌 무역시장 역시 2008년 이전 수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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