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데스크말럼] 인터넷 러시와 비즈니스 소셜리즘

초등학생들은 인터넷으로 과제물을 처리하고 어른들은 인터넷을 통해 주식거래를 하며 주부들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다.몇해전 유통업체들이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이어 전자결제를 시도하더니 이제 일부 인터넷 업체에서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E 메일을 제공하고 친절하게도 홈페이지를 만들 공간까지 함께 나누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최근에는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불안한 미래를 담보받지 못하는 직장인들이나 퇴직자들이 매달 100~200명씩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인터넷 업계에서는 스톡옵션이나 「백지수표 연봉」등으로 전문인력의 스카웃 전쟁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전세계 유수의 신문 뉴스를 인터넷으로 구독하는 것도 이제는 초보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15세기말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뒤 서양 사회에 팸플릿 형태의 각종 뉴스북이 성행했던 것처럼 갖가지 인터넷 신문들이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다. 당시 뉴스북(NEWSBOOK)이나 렐라시옹 (RELATION)이라 불리었던 뉴스 팸플릿들은 요즈음 신문과는 달리 한 사건만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19세기에 본격적인 신문이 등장하면서 구독자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새롭게 도입된 것은 스턴트 저널리즘(STUNT JOURNALISM). 극지 탐험가가 관심을 모았던 당시 탐사 저널리즘(DETECTIVE JOURNALISM)의 선봉에 섰던 기자는 뉴욕의 조지프 퓰리처가 발행하는 「뉴욕 월드」사의 여기자 넬리 블라이(본명 엘리자베스 코크레인)였다. 그녀는 1889년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대장정에 올라 소설의 주인공 필리아스 포그 보다 더 빠른 72일만에 뉴욕으로 돌아왔다. 최근의 인터넷 러시는 분명 서부 개척시대의 골드 러시를 연상케 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현재 인터넷 관련사업은 과연 벤처인가. 한마디로 이제 인터넷은 명백히 벤처 기업이 아니다. 하루에만도 300만개 이상의 새로운 웹 페이지들이 생성되고 전세계에 8억개의 웹페이지가 존재하는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인터넷을 언제까지나 황금알을 낳는 벤처 사업으로 여긴다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유수의 온라인 업체든 인터넷 게임방이든 인터넷 사업을 새로운 도전으로 간주한다. 실리콘 밸리의 숨겨진 역사를 돌이켜 보면 80년대 월가의 펀드 매니저들은 해당 벤처기업의 기술적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재무분석·시장동향·경영상태 등만을 감안해 투자 여부를 결정했다. 과거 코카콜라의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150% 증가했으면 당연히 코카콜라 주가가 상승했지만 한 의료기기 회사가 심장판막에 코일을 삽입하는 새로운 치료기술을 개발했다는 발표가 나오더라도 월가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하이테크 펀드 매니저가 등장했다. 펀드 매니저로서의 금융감각에 더해 하이테크 지식을 겸비하고 투자에 나선 것이다. 테크놀로지 밸류 펀드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94년 13만달러로 시작한 이 펀드는 이듬해에 운영자금만 9,000만달러로 불어났으며 95·96년 연속 61%의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월가에는 비즈니스 소셜리즘(BUSINESS SOCIALISM)이라는 말도 있다. 컴퓨터나 인터넷에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 사업가가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를 흉내내 차고에 회사를 하나 차린다. 기술을 잘 모르는 벤처 캐피털리스트는 말만 믿고 자금을 대고 그 다음 언론을 동원해 인기를 모은 뒤 증시에 상장시킨다. 이 때부터는 증권투자자들이 이 사업체를 지탱시켜주며 엄청나게 외형을 불린 뒤 불경기를 핑계로 파산을 선언하면 대규모 감원을 두려워하는 워싱턴 정부는 울며 겨자먹기로 국민의 혈세를 동원, 긴급융자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줄거리다. 이제 인터넷 사업가는 눈만 뜨면 발전하는 기술의 변화에 무관심할 수 없을 뿐더러 증시 투자자들도 자신이 비즈니스 소셜리즘의 전철을 밟는 기업에 허무하게 돈을 대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 볼 때다. 金仁模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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