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벤처기업에 인재가 몰린다/스톡옵션·종업원사주제 등 창의성 매료

◎대기업 사원·창업­전직희망자들 많아핸디소프트의 강찬규 과장(33)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던 대기업의 직원이었다.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한보가 그의 전 직장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3년전 입사할 때만해도 주위로부터『취직 잘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스스로도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희망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대기업이 더 이상 취업의 「안전지대」일 수만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직장인들이 늘고있다. 또 대기업에서 「찬밥대우」를 받느니 차라리 전문 중소기업에서 「새 꿈」을 키워보자는 생각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머슴」보다는 당당히 「주인」으로 대우받고 싶은 것이다. 한국벤처기업협회 유룡호 실장(41)은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벤처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대기업 인력 중 벤처기업에 입사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경기 하강국면이 지속되면서 대기업 그룹이 임금동결·인사정체·명예퇴직·정리해고 등 「몸집줄이기」 정책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는 반면 벤처기업들은 스톡옵션제와 종업원사주제 등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근로의욕을 북돋우고 있어 이같은 분위기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LG반도체에서 일하다 최근 웹인터내셔널로 자리를 옮긴 하태중 부장(33)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대기업을 떠나려는 직장인들이 많다』며 『이들은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떠날 태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톡옵션제를 실시하고 있는 웹인터내셔널은 최근 경력사원을 공채한 결과 수십명의 대기업 인력이 몰려들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중 5명을 채용했다. 이는 이 회사의 인력중 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장영승 나눔기술 사장도 『전체 직원 68명 중 대기업으로부터 옮겨 온 직원이 10명 내외』라며 『특히 3∼4명은 대우전자 등 유력기업을 그만두고 개발에 전념키 위해 나눔기술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대기업의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만간 경력사원을 공채할 계획이다. 셋톱박스 전문업체인 건인의 변대규 사장(38)도 『최근 삼성, LG 등 대기업에서 2명의 전문 연구인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초음파기기 제작 전문업체인 메디슨의 인사담당자인 최창욱 대리(30)는 『최근 6개월만에 삼성 LG 한화 등 대기업으로부터 10여명의 경력사원을 뽑았다』며 『현재도 여러명이 지원한 상태』라고 전했다. 벤처기업협회 문상인씨(27)는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옮기는 인력 중 대부분은 연구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는 대기업이 벤처기업에 비해 창의적인 연구 분위기를 조성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창업을 희망하고 있는 사람들도 벤처기업으로의 전직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취업전문기관인 리크루트의 유제흥 과장(35)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대기업의 전통적인 메리트가 조금씩 사라지는 대신 벤처기업이 주는 각종 인사 유혹이 커지기 때문』이라며 『이는 경제인력의 「U턴현상」으로 부를 만하다』고 분석했다.<이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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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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