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 투자 러시의 명암(사설)

올들어 외국인 투자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경제가 어렵고 나라안이 시끄러운 판에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니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재정경제원 발표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4월까지 외국인 투자는 3백38건에 36억8천만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한해 총 투자액 32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더욱이 지난 4월 한달에만 15억달러에 달해 월간 투자규모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투자 급증세는 우리나라의 투자환경이 과거보다 좋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투자 여건 개선 등 정부의 투자유인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외국인이 투자하기에 가장 나쁜 나라로 소문났다. 고임금에 끈임없는 노사불안, 터무니 없이 높은 땅값·물류비, 급행료가 없이는 통하지 않는 높은 규제의 벽 등이 외국인의 투자 발길을 막아왔다. 특히 한보사태이후 대외 신인도가 떨어져 해외차입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다. 경제 자유도도 C등급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판국에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니 여간 반갑지 않다. 그러나 투자 내용을 뜯어보면 반갑다고만 할수는 없다.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다. 투자 내용이 제조업 보다는 비제조업에 집중되어 있다. 제조업은 1백20건에 9억5천만달러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보다 건수로는 오히려 0.4%가 줄어든 것이다. 반면 비제조업은 2백18건에 27억3천만달러나 된다. 지난해 동기보다 건수(13.5%)와 액수(8백98%)가 함께 크게 늘었다. 비제조업이란 대규모 호텔, 대형할인점, 놀이공원같은 서비스 업종이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고, 또 정책 결실이 아니냐고 자랑하고 싶겠지만 자랑거리로 내세울 것 까지는 못된다. 외국인 투자 유치 목적은 자본유입·기술습득·고용증대 효과를 얻자는데 있다. 국내산업에 대한 자극을 통해 경쟁력 제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의미가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조업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한다. 그런데도 첨단기술 전수와 고용증대 보다는 먹고 놀기를 부추기는 서비스업에 편중되어 있다. 거품빼기, 허리띠 졸라매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할 마당에 소비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없지않다. 내국인 투자와 고용구조가 서비스업으로 몰리고 있는 때다. 성장도 서비스업이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까지 가세하면 거품성장을 심화시킬게 분명하다. 서비스업도 경쟁력 향상보다는 시장만 잠식 당하게 될 것이다. 외국인 투자유치는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만 제조업 특히 첨단 산업의 유치에 비중을 둬야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