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러시아는 지금] 러국민, 도로문제로 골머리

"러시아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모스크바의 한 여론조사기관은 지난 수 년간 러시아 국민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수차례 해왔다. 정치불안, 고물가, 고용불안, 치안부재 등은 러시아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답들. 그러나 의외인 것은 '도로가 가장 큰 문제'라고 답하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는 점이다. "무쉬나 스쁘라바, 젠쉬나 스레바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 이 말은 러시아가 안고 있는 도로 문제의 한 면을 잘 보여준다.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장시간 여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버스가 숲가에 멎고 남자승객은 버스 오른쪽 숲, 여자 승객은 왼쪽 숲으로 들어가 급한 용무를 해결한다. 아직까지도 지켜지고 있는 러시아의 풍습 중 하나다. 고속도로변 휴게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휴게시설의 부재는 부분적으로는 교통량이 많지 않은 데서 비롯되며 적은 교통량은 다시 열악한 도로상태가 큰 원인이다. 모스크바와 시베리아를 잇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의 평균속도는 50km. 포장상태가 나쁜 구간도 있고 편도 1차선 뿐인 구간도 있는 등 고속으로 달리기에는 부적합하다. 도로와 함께 상태가 나쁜 건 차량도 마찬가지다. 많은 차량들이 사용연한을 훨씬 넘기고도 계속 운행을 한다. 1년에 한 번 실시되는 차량검사가 뇌물수수의 온상으로 공공연히 지적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열악한 도로상태, 노후한 차량과 더불어 러시아 도로를 특징짓는 또 한가지 요소는 난폭 운전이다. 러시아에 거주하는 오스트리아 사회학자 마크스 뮐러는 러시아가 서유럽과 가장 다른 점은 '운전 에티켓의 부재'라고 지적한다. 아침, 저녁 러시아워에 찻길을 건너는 것이 일종의 모험일 정도로 여겨지는 현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장거리 여행의 경우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기차를 선호한다. 그런데 기차의 경우 속도가 너무 느린 게 불평거리다. 모스크바로부터 동쪽으로 450km가량 떨어진 니즈니 노브고로드시까지 기차로 가는 데는 무료 8시간이나 소요된다. 한시간에 60km도 못가는 셈이다. 러시아를 통해 한반도와 유럽을 육로로 연결하는 방안이 실현되면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러시아의 도로나 철도 상태를 고려하면 지나치게 큰 기대는 실망을 가져올 게 틀림없다. 현재의 시베리아 횡단 철도가 프랑스의 'TGV'처럼 되고 시베리아 횡단 고속도로가 독일의 '아우토반'이 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대환기자<니즈니 노브고로드대 교환교수: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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