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배우는 처음 봤다." 배우들은 남의 인생을 연기하다 보니 스크린에서도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다. 온 몸을 던져 액션을 하기도 하고, 얼굴에 거지 분장을 한다. 하지만 유독 포스터 촬영 현장에서만은 '오른쪽 프로필이 나으니 오른쪽으로 찍어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하고, 촬영하자마자 모니터를 보며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사진을 택해달라고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영화는 영상의 특성상 순간적으로 지나가지만, 포스터는 정지된 사진이 확대되어 오랫동안 노출되는 만큼 배우들이 아름답게 보이고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최근 영화 <파괴된 사나이>(감독 우민호ㆍ제작 아이필름, 아이러브시네마)의 제작진은 김명민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명민은 온통 헝클어진 머리에 상처투성이 얼굴 분장을 한 채 잔뜩 찌푸린 표정의 포스터를 촬영했다. 제작진은 "어느 쪽 얼굴을 찍어달라는 주문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 더구나 촬영 중 모니터조차 하지 않아 깜짝 놀랐다. 모니터 화면도 확인하지 않는 배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김명민은 포스터 촬영에서도 '인간 김명민'이 어떤 모습일지 보다는 영화 속 '주영수'가 되고자 애썼던 것이다. 심지어 포스터가 나온 뒤 "정말 마음에 든다"며 감사의 전화를 해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이 관계자는 "스태프의 이름 하나 하나 기억해주는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