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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출발은 느렸지만 힘찬 질주… 결선 꿈 한 계단만 남았다

양쪽 무릎 아래 의족 ‘감동의 레이스’…조 3위로 준결선 진출 <br>관중취재진 몰려 경기장 나가는 데만 1시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출발은 느렸지만 힘찬 질주… 결선 꿈 한 계단만 남았다 '의족 스프린터' 대구=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틀째인 28일 오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400m 4조 예선 5조 경기에 참가한 '의족 스프린터' 남아공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선수가 출발하자 사진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45초 39로 조 3위를 기록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대구=김주성기자poem@hk.co.kr 관중석을 메운 각기 다른 색깔의 눈들이 한곳에 집중됐다. 발음은 조금씩 달랐어도 관중의 연호 속에 "오스카"라는 이름은 또렷했다.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5ㆍ남아프리카공화국)의 J자형 의족은 햇빛에 반사돼 유독 눈에 띄었다. 경기장을 떠나려던 한 시민은 "이것만 보고 가자"며 보채는 아이를 달랬다. 28일 오전 11시48분. 세계 육상계에 새 역사가 쓰였다. 두 다리가 없는 중증 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육상대회에 출전한 피스토리우스가 이날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400m 예선에서 3위로 골인한 것이다. 의족의 특성상 출발은 느렸지만 무서운 스퍼트로 만회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예선 마지막 5조에서 45초39로 준결선 진출권을 따냈다. 전체 1위(44초35)인 라션 메리트(미국)와는 1초04 차이였지만 자신이 세운 기록 중에서는 두 번째로 좋은 기록이었다. 세계선수권 출전 확정 당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했던 피스토리우스는 결선 진출에 한 계단만을 남겨두면서 자랑스러운 기억을 하나 더 추가했다. 피스토리우스가 마지막 코너를 돌며 선두권으로 치고 나오자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관중은 우레 같은 함성과 박수로 따뜻한 응원을 했다. 경기 후 피스토리우스는 "부담이 많았지만 잘 마쳤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면서 "준결선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24명이 겨루는 준결선은 29일 오후8시 열린다. 세계 각국의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려 경기 뒤 1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피스토리우스는 "이 순간을 너무도 오랫동안 기다렸다"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의 앞자리를 잡지 못한 대다수의 취재진은 피스토리우스의 입 대신 근처의 스피커에 녹음장치를 갖다 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무릎 아래의 뼈가 없는 채로 태어난 피스토리우스는 의족에 기대어 스프린터의 꿈을 키워왔다. 탄소섬유로 만든 의족이 날처럼 생겨 '블레이드 러너'라는 근사한 별명이 붙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 자격을 놓고 간발의 차로 좌절한 피스토리우스는 지난달 이탈리아의 한 대회에서 45초07을 기록하면서 꿈을 이뤘다. 이번 세계선수권 A기준 기록은 45초25였다. 한편 보통사람의 6%밖에 안 되는 시력으로 남자 100m에 나선 '블라인드 러너' 제이슨 스미스(24ㆍ아일랜드)는 피스토리우스에 앞선 27일 남자 100m 본선 1회전에 출전했다. 메이저 육상대회 사상 처음으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뛰는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그러나 스미스는 조 5위(10초57)에 그쳐 준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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