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종금사 정리 한파(사설)

금융권에 지각변동이 일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쇼크의 첫 가시적 조치다. 정부가 IMF요구를 수용, 9개 종합금융회사에 영업중단 명령을 내린 것이다.종금사에 대한 영업중단 명령은 강제정리의 수순으로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다. IMF가 금융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강요하고 있어 몇 개의 부실 은행 파산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이 빅뱅 회오리에 휩쓸리고 있다. 금융산업 구조조정 파장은 즉각 금융시장으로 파급되고 있다. 금융경색이 더욱 심화하고 금리는 폭등하고 있다. 자금시장이 그 동안 부분마비에서 전면 마비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돈이 흐르지 않고 되레 은행으로 흡수되고 있다. 불안한 예금자들도 부실 은행에서 안전한 은행으로 예금을 옮겨놓고 있다. 불안 심리의 확산은 주가폭락, 환율급등의 요인으로 연쇄작용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은행이 돈을 움켜 쥐고 대출을 기피하거나 중단하고 오히려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대출을 거둬들이고 있는 데 있다. 물론 IMF쇼크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겠으나 금융기관의 자금중개 공적기능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그 파문은 곧 기업의 자금난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기관은 물론 증시 등 돈줄이 꽉꽉 막힌 기업은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상위 재벌기업을 빼고는 대기업 중소기업할 것 없이 연쇄부도 공포에 휩싸여 있는 실정이다. 어음 부도율이 0.4%대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사실이 극심한 자금난을 잘 설명해 준다. 웬만한 기업은 IMF지원과 금융구조조정이라는 큰 몫을 기다리다가 돈가뭄에 고사할 지경이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은 필요하고 거치지 않으면 안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금융기능이 제고되고 금리도 낮추는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이 무더기로 도산, 경제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 금융기능은 정상적으로 작동시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종금사 부실의 원인은 정부의 실책과 감독기관의 무책임에 있다. 정부가 종금사를 무더기로 허가했을 때 이미 불씨가 뿌려졌다. 종금사들이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자금으로 대출하면서 부실의 싹이 자라났다. 그러나 감독기관은 지도·감독없이 방치해왔다. 그래놓고서 IMF가 뭐라하니 이제와서 종금사에만 가혹한 벌을 내리고 있다. 정부와 감독기관의 책임도 함께 물어야 마땅하다. 종금사 정리가 불가피하다 해도 한국의 체질과 정의에 맞게, 또 산업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금자와 종사자의 불안감을 덜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강제정리보다는 인수합병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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