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계열사이고 계열사에 대한 투자가 많은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가 나왔다.또 소수지분을 갖고 있는 재벌기업의 대주주가 기업의 이익보다는 사적인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수주주의 권리강화 등 이를 견제할 장치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1일 「한국기업의 수익성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92년~97년동안 외부감사를 받은 3만여개 기업(공기업과 금융기관 제외)의 수익성을 실증분석을 한 결과 상장된 기업의 수익성이 비상장기업보다 낮고 재벌소속 기업의 수익성이 독립 기업들의 수익성보다 낮으며 계열사에 대한 유가증권 및 대여금 등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수록 수익률이 낮아지는 반면, 비관계회사에 대한 투자는 수익률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상장회사가 계열사 등 관계회사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또 국내 재벌기업 대부분이 지배주주의 개인소유지분이 그다지 높지 않으면서 기업경영에 대한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서 지배주주들이 소액주주 이익보다는 개인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주주와 소액주주간의 이해갈등을 중심으로」라는 부제가 붙은 이 보고서는 이같은 대주주의 개인이익 추구경향이 기업의 수익성을 장기간에 걸쳐 저하시켜 결국은 97년 금융위기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성욱(趙成旭) KDI 연구위원은 『재벌의 경우 지배주주 소유지분인 평균적으로 10% 미만에 불과하나 계열사의 높은 내부지분율을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며 『이같은 장악력을 바탕으로 지배주주는 개인적인 이익은 독점하고 비용은 다른 소수주주와 공유하려하는 사적 이익 추구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趙연구위원은 이같은 경향은 은행 등 채권자의 감시, 감독이 미약하고 기업의 투자손실에 대해 정부의 암묵적인 보전이 있는 경우 더욱 강해진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재벌기업들의 수익성 저하는 국내기업 전체의 수익성 저하로 연결돼 89년에서 99년까지 10년간 우리 기업의 평균 자기자본 수익율은 95년 한해를 제외하고는 금융기관의 차입비용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같은 조사분석 결과 기업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대주주의 개인이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견제할 수 있는 올바른 기업지배구조의 확립과 집단소송제 등 소수주주 권리강화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특히 올해 4월 현재 30대 재벌의 경우 계열사 출자가 지난해에 비해 8.4%포인트 증가한 44.1%로 증가한데다 대주주및 가족지분율이 5.4%로 지난해에 비해 2.5%포인트 감소했기때문에 대주주가 기업이익보다 개인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온종훈 기자 JHO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