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치적 자원배분, 경제 망친다는 잇단 경고

정부 예산 등에 대한 정치적 자원배분이 갈수록 심해져 우리 경제의 역동성과 재정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의 일반국도ㆍ고속도로 교통량이 지난 2003년의 98%를 밑돌고 도로ㆍ철도시설이 주요 국가 중 최상위권인데도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예산 나눠먹기로 이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에 국민의 혈세가 과잉 투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도 정치권이 행정부의 방만한 재정활동 감시를 소홀히 한 채 예산안 처리를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자원배분의 전형은 대선공약 이행과정에서 나타난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ㆍ무상보육 사업 등은 "선거를 통해 국민적 동의를 얻었다"는 명분 아래 정책효과ㆍ부작용 등을 제대로 따져볼 틈도 없이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버렸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지역구 챙기기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업적주의도 방만한 예산 편성ㆍ집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오죽하면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년도 SOC 예산에서 80%를 차지하는 교통ㆍ물류 부문 비중 축소를 주문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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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비효율적인 예산배분은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늪에 빠뜨리고 국가부채만 키울 뿐이다.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이 반면교사다. 저출산ㆍ고령화ㆍ저성장 기조로 재정건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지만 복지공약에 매달린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역대 정부의 재정목표마저 포기했다. 이래가지고는 급변하는 인구구조 변화나 글로벌 위기 재발, 남북통일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비할 수 없다.

정치권과 정부는 재정지출 증가나 세입감소 법안을 입안할 때 상응하는 세입증가, 재정지출 삭감 법안을 동시에 제출하도록 하는 '페이고(paygo) 원칙'과 대통령 임기 중 국가부채 증가한도 법제화 등 재정준칙 명문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의원 입법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사전영향 평가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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