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로존 운명 다시 안갯속] 무질서한 디폴트냐 불확실성 신속한 해소 계기냐 갈림길

신임투표서 국민투표 확정 여부가 첫 분수령<br>IMF, 이달 80억유로 구제금융 지급 보류 예정<br>"질서 있는 디폴트 물 건너갔다" 성급한 관측도<br>국민들 구제금융 수용땐 빠르게 안정 찾을수도



■ 그리스 위기 시나리오 그리스 정부가 국민투표라는 정치적 도박을 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다시 한번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포괄적 해법에 서명한 지 일주일 만에 터져나온 그리스발 악재는 결국 '질서 있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물 건너갔다는 성급한 관측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장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초로 예정된 80억유로 규모의 6차 구제금융 지급을 보류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전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지원 받지 못하면 올해 말까지 막아야 하는 156억유로(원금 기준) 규모의 국채를 상환할 길이 막막해지고 사실상 디폴트의 나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간신히 마련된 유럽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근본적으로 꼬일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은 그리스 국채의 50%를 탕감한다는 전제하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확충하는 한편 이 자금을 종잣돈으로 역내 은행의 정상화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었으나 자칫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가 유럽 재정위기 해법의 핵심을 헝클어놓았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4일로 예정된 내각 신임투표에서 결정될 국민투표 실시 여부는 유럽 재정위기를 가름할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운명이 걸린 승부수=지난 10월27일 EU 정상이 모여 구제 금융안을 내놓을 때만 해도 "이제 그리스 위기가 진정세로 돌아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투자자들이 50%의 손실을 감당하고 그리스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면 오는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그리스보다 이탈리아가 더 걱정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구제금융안 수용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하면서 2년 가까이 끌어온 그리스 해법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돌발 행동은 일단 자국 내 정치 기반을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리스 일간 카니메리니는 "9월 실업률이 17.6%까지 치솟아 국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며 "조기 총선 압력에 시달리는 파판드레우 총리가 국민투표를 지렛대 삼아 내각의 결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긴축안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어떤 식으로든 잠재우지 않으면 실각할 수밖에 없다는 정치적 위기감이 국민투표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독일 시사 주간 슈피겔은 "유럽 강대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그리스 국민의 상실감을 덜어줄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냉혹한 겨울이 찾아온다=그리스 국민투표는 이 나라는 물론 유럽과 글로벌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국민투표로 이어지기까지 장기간의 불확실성이 시장을 무겁게 짓누를 수밖에 없다. 4일 그리스 내각 신임투표에서 구제금융안 수용 및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이 확정되면 그리스 사태는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그리스 국민은 가혹한 긴축정책에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유로존 탈퇴로 이어지기를 바라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는 이달 중순부터 재정기금이 말라 국민연금과 공무원 월급을 지급하기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다. IMF가 이달 초 예정됐던 6차 구제금융 80억유로 지급을 보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치ㆍ경제적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올해 안에 확정 짓기로 한 EFSF 확정안과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 마련도 일단 멈춰서 유럽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역내 은행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제금융협회(IIF)의 한 관계자는 "모든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구제금융안을 진척시키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기간 그리스는 물론 이탈리아ㆍ스페인 등 재정위기국의 국채가격이 급락하는 등 위기도 빠르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리스가 결국 유로존 탈퇴를 선언하는 것이다. 유로존을 벗어나면 그리스는 종전의 자국 화폐인 드라크마화로 복귀하게 된다. 이때 드라크마화의 시장가치인 환율은 폭락할 수밖에 없다. 유로화로 발행한 국채의 실질 상환액이 더 커지는 효과를 낳는 셈이다. 슈피겔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순간 즉각적인 디폴트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그리스가 '무질서한 디폴트'로 급속히 접어들면 국민투표 때문에 EFSF 확충안을 확정 짓지 못한 유로존은 손발이 묶여 붕괴 직전의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또한 위기 국가의 채권을 사들여 시장을 진정시켜온 유럽중앙은행(ECB)의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하지만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이고 유로존에 남는 방향으로 매듭지어질 경우 그리스 재정위기는 드라마틱한 반전을 맞는다. 그리스가 긴축에 속도를 내 국채시장 정상화를 앞당기면 유럽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빠르게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독일과 프랑스 등이 유로존의 공멸을 막기 위해 긴축정책 완화에 대한 그리스의 요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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