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더불어 아시아 관광산업의 선두그룹을 이루고 있는 홍콩도 세계적인 경제불황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한파로 섬유산업에 이어 제2의 소득원인 관광객이 줄어들자 관광기반시설을 확충하는등 관광중흥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IMF체제로 접어든지 1년. 단 한푼의 달러도 아쉬운 우리나라로서 홍콩의 이런 실정이 어찌 타산지석이 되지 않으랴. 99년간의 영국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된 이후 홍콩의 관광정책은 어떻게 변했으며, 실상은 어떠한가. 오늘의 홍콩을 찾아가보았다.
연간 1,00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찾아 사철 붐비던 홍콩도 지난해부터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흥청거리던 전성기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 탓인지 한달전인 11월말부터 연말 분위기를 앞당기려고 호텔과 쇼핑센터마다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크리스마스캐럴을 울리는등 부산스러웠다.
중국대륙의 동남쪽 해안에 위치한 홍콩은 면적 1,100평방㎞에 인구 660여만. 주요지역은 크게 홍콩섬·구룡반도·신계지로 구분되는데, 빅토리아항구를 기점으로 홍콩은 구룡반도 남쪽에, 신계지는 그 북쪽에서 중국대륙과 이어져 있다.
1841년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 이전까지는 홍콩도 우리나라의 부산포나 제물포와 마찬가지로 별볼일없이 한산한 어촌에 불과했다. 그런 홍콩이 비록 식민치하이긴 하나 급속도로 서구화·현대화의 길을 걸어 오늘날에는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국제적 관광도시, 금융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했던 것이다.
지난해 7월1일 자정을 기해 99년간 식민통치의 막을 내리고 중국으로 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홍콩이 1국2체제라는 독특한 지배구조의 특별자치행정구역으로 남아 법률적·사회적·경제적 자치권을 행사하는 까닭도 그러한 국제적 위치와 비중이 작용했기 때문이리라.
50년이나 30년전이라면 모르겠으나 이제 홍콩의 밤거리에서는 별들의 소근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네온사인 번쩍이는 고층빌딩과 아스팔트의 정글이 너무나도 휘황찬란하고 거리와 골목을 누비는 사람과 차들이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이다.
홍콩의 밤하늘에서 별들의 속삭임을 듣고 싶다면 현란한 밤거리를 벗어나 저높은 빅토리아피크로 올라가야한다. 홍콩섬 정상부 빅토리아피크까지는 트램이 다닌다. 트램이란 강력한 케이블로 연결한 고속전차. 1888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는 피크트램은 센트럴구역 종점에서 피크종점까지 급경사진 373M 구간을 불과 8분만에 끌어올려준다. 전차에서 내리면 7층건물인 피크타워. 이 가운데 3개층에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지붕이 마치 중국요리에 쓰이는 냄비모양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홍콩의 야경은 마치 천상에서 지상의 별자리들을 내려다보는듯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야경도 좋지만 데코바그릴에서 반주를 곁들여 광동요리로 저녁식사를 하며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는 운치도 그럴듯하다.
다시 피크트램을 타고 센트럴구역으로 내려와 퀸스로드·란콰이퐁·할리우드로드를 거쳐 구룡반도로 건너간다.
이처럼 홍콩의 관광자원은 자연이 빚은 천혜의 명승절경이나 유구한 역사가 남긴 사적지가 아니라 하나에서 열까지 인공의 조화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튿날 만난 홍콩관광협회 공공관계부장 스티븐 웡의 말이다. 『홍콩을 찾은 외국관광객이 96년에는 1,170만명으로 최고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70%가 아시아인이었다』면서, 『97년에는 경기침체로 12%나 감소했으며, 올해에도 아직 집계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서 『그러나 홍콩은 언제 찾아도 매력있고 활기찬 국제도시로서 외국관광객을 더많이 모시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관광객이 감소한데에는 중국반환에 따른 심리적 위축도 작용했겠지만, 그것은 한때뿐이지 정작 중요한 이유는 경제한파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따라 홍콩지방정부는 관광활성화를 위해 현재 경제사업부에 속한 관광전담부서를 독립시키기로했고, 관광인프라구축을 위해서도 큰힘을 쏟고 있다.
그 첫번째 사업이 최첨단시설을 갖추었다는 홍콩국제공항이다. 총1,550억 홍콩달러(약29조4,000억원)를 투입한 이 신공항은 란타우섬 북단 첵랍콕섬에 위치, 이제는 페쇄된 카이탁국제공항의 4배, 구룡반도 전체면적에 해당하는 넓이를 자랑한다. 모든 시설이 자동화되었으며, 공항과 도심간의 교통망구축및 호텔등 편의시설공사도 계속 진행중이다.
공항철도는 공항과 구룡및 센트럴 비즈니스지역을 불과 25분만에 연결해주는 특급전철이며, 주변에 5,000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 8개를 짓고 있으며, 호텔과 공항 사이에는 3,000대 수용규모의 주차장도 만든다고한다. 전철 외에 27개 노선의 버스가 운행되고, 값이 약간 비싸지만 택시도 잡기 쉽다.
그러나 홍콩이 무엇보다도 역점을 두는 것은 각종 국제행사를 많이 유치함으로써 외국인관광객을 더많이 불러들인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연말과 1월중중요한 행사를 들면 내년 1월11일까지 제33회 홍콩국제산업전이 열리며, 23일에는 미도리 바이올린연주회, 23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디즈니아이스발레단의 토이스토리공연, 24일부터 내년 1월8일까지 왕정문콘서트, 내년 1월1일부터 17일까지 고대이집트유물전, 1월25일은 셀린 디온 콘서트, 1월15일부터 2월13일까지는 홍콩예술축제등이 펼쳐진다.
한편 캐세이퍼시픽항공은 여기에 맞춰 내년 3월31일까지 왕복항공권과 2인1실기준 호텔숙박권을 한데 묶어 어른 1인당 최저 46만9,000원에서 최고 66만8,000원에 이르는 2박3일 일정의 겨울홍콩여행 패키지상품을 판매중이다.
▲문의= 홍콩관광협회 한국사무소(02-778-4403)·캐세이퍼시픽 한국지사(02-773-0321) 【홍콩= 황원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