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안한 경제 낙관론

요즈음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정부와 관변연구소들을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취했던 민간경제연구소들도 그 배경이 무엇이든 간에 낙관론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러한 낙관론은 그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있다. 우선 지난 9월의 산업활동이 올들어 가장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출하·소비·평균가동률 등의 감소폭이 올해들어 처음 축소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8월에 1억달러 이상의 순유출 현상을 보였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주식·채권·주가지수선물·옵션 및 단기 금융상품)도 9월과 10월 각각 2억5,000만달러와 6억1,000만달러 수준의 순유입을 나타냈다. 동시에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10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도 8월의 10.1% 수준에서 10월말에는 5.5%로 낮아졌고 미국 등 선진국들의 금리인하로 국제금리는 하향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용 외환보유액도 10월말 현재 452억달러를 상회하고 있고 외채의 차환(借換) 비율도 지난 2일 현재 119% 수준이다. 종합적으로 외국자본이 활발히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외환시장이 안정된 상태에 있고 국내 산업활동도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으니 정부 당국자들이 낙관론을 펴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9, 10월 중에 일어난 이러한 상황변화의 뿌리를 살펴보면 낙관론은 성급한 판단임을 알 수 있다. 9월 중의 산업활동이 호조인 것처럼 통계치가 나타난 것은 지난해 9월에 비해 조업일수가 3일 증가했고, 7, 8월 중 자동차 파업 종료와 8월 장마에 따른 생산이월 등 일시적 호전요인에 주로 기인한 것이었다.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이 활발히 유입되고 외채의 차환비율이 만족스러운 수준인 것은 주로 일본 엔화의 강세 때문인데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이 다소 진정되고 일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정리문제가 부각되면 엔화는 연말쯤 다시 약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국제금리가 하락하는 현상은 우리에게 금융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세계경제 침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이라는 실물측면에서는 반갑지 않은 여건임을 의미한다. 가용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는 것은 외환시장 안정이란 측면에서는 좋긴 하지만 총대외지불부담(97년 말 현재 1,544억달러, 98년 8월 말 현재 1,508억달러)이 크게 감소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외채문제의 본질이 개선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결국 정부의 낙관론은 일시적·표피적 현상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결과가 아닌가 판단된다. 우리 경제의 앞날을 판단하는 데 보다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기준은 수출과 구조조정이다. 수출전망이 밝고 기업·금융기관 등의 구조조정이 순항하고 있다면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할 수 있는 것이다. 수출은 올해 1월 이후 10월 말까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2.9% 감소했다. 특히 10월에는 12.8% 감소했고 신용장 내도액도 9월에는 19.8%, 10월에는 1일부터 20일 사이 24% 이상 각각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구조조정은 어떤가. 정부의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5대 그룹 구조조정도 크게 진척된 것이 없다. 소위 빅딜이라는 것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이것은 구조조정의 첫단추일 뿐이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도 이제서야 방향을 잡았을 뿐이다. 그 핵심과제인 부실채권 문제가 성업공사 인수채권의 정상적인 회전으로 연결되어 해결될 때까지 어느 정도의 세월이 필요할 것인지, 부실채권의 규모가 120조원인지 200조원인지, 현재 아무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80년대 후반, 3저(低)라는 외부요인 때문에 경상수지가 흑자로 일시 전환된 것을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정착되었다고 외치고 다녔던 당시의 정부 당국자들 때문에 90년대의 우리 경제는 거품으로 가득 찼고 그 오류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의 뿌리였다고 본다. IMF 경제의 시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지도자들은 경제에 관한 한 정치중립적이고 보수적인 견해에 더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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