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 지형이 변한다] <1부> 다시 시작된 빅뱅 (1) 또 한번의 M&A판이 시작됐다

'KB금융+우리금융' 등 메가톤급 시나리오 현실화 될수도<br>대형IB·농협지주 출범 변수 속 '산은+기은+우리' 모델도 언급<br>우리금융 동양생명 인수에 관심… 산은지주, HSBC 소매부문 눈독<br>저축銀·카드업계도 손바뀜 예상


서울경제신문은 지난 8월부터 '리빌딩 파이낸스(Rebuilding finance)'라는 제목의 기획시리즈를 통해금융의 생명인 신뢰를 되찾고 기본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금융회사들은 소비자 보호와 사회공헌이라는 두 축을 통해 새로운 모형을 만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더 큰 변화의 흐름이 몰려 오고 있다. 환란 이후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화두로 자리했던 빅뱅의 물결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실제로 오는 2012년은 예상보다 큰 지형 변화가 예상되는 해다. 국내 금융회사 간의 인수합병(M&A)은 물론 유럽발 위기 등으로 해외에서도 괜찮은 매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정책금융기관의 통합을 포함한 역할 재조정에 들어갔고 자본시장법 수술로 대형 투자은행(IB)도 등장한다. 서울경제신문은 그래서 '리빌딩 파이낸스 2012-금융지형이 변한다'는 제목의 기획물을 다시 준비했다. 1부 '다시 시작된 빅뱅'에서는 하드웨어 측면의 업권별 기상도를 살펴볼 계획이다. 내년 초 게재 예정인 2부 '리노베이션 소프트웨어'는 지배구조 등 금융사의 제도적인 측면을 조명하려 한다. 신한금융그룹은 수익성이나 내실로는 명실상부 국내 1위 금융지주사다. 올해만 해도 금융권 최초로 당기순이익 3조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의 신한이 탄생하게 된 배경으로는 지난 2006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을 꼽을 수 있다. 신한은 '조ㆍ상ㆍ제ㆍ한ㆍ서'의 첫 번째이자 자기보다 몸집이 큰 조흥은행을 삼키고 업계 수위로 올라섰다. M&A의 의미와 파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12년 금융권은 또 한번의 대규모 빅뱅을 기다리고 있다. 당장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산은금융지주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경영난을 겪는 몇몇 보험사들은 매물로 나와 있고 금융시장을 향한 대기업들의 시장공략도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금융산업ㆍ경영연구실 실장은 "내년에는 외환은행 피인수와 대형 IB 출현, 농협 금융지주 출범 등이 금융 지형도를 바꾸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리금융지주와 산업은행 민영화 등이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금융사들의 체질 전반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시 찾아온 대규모 M&A판='빅뱅'의 시작점은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이 내년 초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당장 업계 2위가 된다. 지난 9월 말 현재 주요 금융지주사의 총자산(고유계정+신탁계정) 규모는 우리금융지주가 372조4,000억원으로 1위이고 KB(363조6,000억원)와 신한(342조4,000억원)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하나금융은 236조9,000억원 수준이지만 외환은행을 품게 되면 366조5,000억원으로 KB를 제치고 단숨에 2위로 올라선다. 반대로 경쟁사들 입장에서는 공격경영이 불가피해진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가져가게 되면 4대 지주의 외형과 경쟁력이 대등해져 몸집으로 우위를 차지할 수 없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KB금융은 내년이나 내후년 우리금융 민영화가 재추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KB금융은 자사주 매각 금액인 1조8,000억원을 양손에 꼭 쥐고서는 우리금융을 바라보고 있다. 내년 이후 또 한 번의 대규모 빅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은 KB금융의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에서부터 나온다. 또 KB금융은 국내 인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외로 눈을 돌려 M&A를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HSBC의 소매금융 부문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산은금융지주도 빅뱅의 또다른 근원이다. 민영화를 대비해 꾸준히 개인금융을 키우고 있는 산은금융은 언제라도 M&A에 뛰어들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은+기은+우리금융' 모델도 언급한다. 특히 중소기업 여신에 강한 기업은행은 모든 은행들이 탐내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기업은행의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내년에는 기업은행의 완전 민영화를 위해 지배지분을 판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때문에 '기업은행발(發)' 은행권 재편도 가능한 시나리오로 제기된다. 농협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내년 3월 금융지주사 출범이 예정돼 있어서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사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보험 쪽에서는 동양생명과 그린손해보험 등 매물로 나온 업체들이 판도를 바꿀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녹십자생명 인수로 보험시장에 뛰어든 만큼 내년부터는 생보 시장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저축은행도 일정 부분 손바뀜이 예상된다. 대형 계열저축은행의 경영진단 결과에서 일부 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삼성ㆍ현대카드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앞다퉈 공격경영에 나섬에 따라 치열한 2위 다툼이 예상된다. 삼성카드는 수비전략에서 공세전력으로 바꾼 만큼 내년에도 현대카드와 한판 경쟁을 벌일 태세다. ◇금융사 위기이자 기회=금융권에서는 내년을 '위기의 해'로 보고 있다. 대형 M&A로 막강한 경쟁자가 생기는데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대외 경제상황마저 좋지 않다는 전망에서다. 아울러 총선과 대선으로 정치바람을 탈 가능성도 많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당국이 가계대출을 계속 조일 수 있어 먹을거리(대출)도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 하나의 외환은행 인수나 동양생명 등 보험사 M&A 과정에서 우수 인력이나 지점 등이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등 향후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업체를 어떻게 M&A하느냐에 따라 중장기적인 판도는 다시 한 번 바뀔 수 있다. 금융지주사의 한 고위임원은 "내년도는 유럽 은행들이 쓰러지고 국내에서도 대형 M&A가 예정돼 있는 등 전세계적인 금융 빅뱅이 예상된다"며 "지금부터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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