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접대 공화국과 공정 사회


공공기관뿐 아니라 기업의 비리가 최근 속속 터져나오면서 공정사회 실현 구호가 무색해지고 있다. 한국이 공정사회로 도약하려면 무엇보다 사회 각 부분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부패 친화적 접대문화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접대는 기업의 대외 영업활동으로 적극적 업무추진의 한 형태고 법도 접대비를 기업활동에 필요한 손비로 인정해주고 있다.

문제는 접대비 사용이 향락적 소비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법인카드로 룸살롱ㆍ단란주점 등 호화 유흥업소에서 결제한 금액이 매년 1조5,000억원가량 된다. 호화 술판을 벌이는 데 매일 40억원을 쏟아 붓고 있는 셈이다. 현금 사용까지 포함하면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특히 고액 룸살롱 접대를 감추기 위해 여러 업소에서 영수증을 분산 발급받는 수법도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경우 10여년 전부터 제조업을 영위하는 중소업체를 제외하고는 접대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접대가 줄면서 기업문화가 건전해진 것은 물론이고 직장인들이 일찍 귀가하게 돼 사회가 전반적으로 건전해지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영업과 직접적 연관성이 증명된 접대비라도 50%만을 인정한다. 75달러 이상의 접대비에는 날짜와 장소, 상대방 인적 사항을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원칙적으로 접대비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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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접대문화가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들은 경기침체 속에도 기업이 1조원 이상을 유흥업소에서 접대비로 쓰는 데 괴리감을 크게 느낀다. 특히 기업의 불법 비자금 문제가 끊이지 않는 등 한국사회의 투명도가 국제 수준에 크게 미달하는 마당에 향응 로비 등의 불법행태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은 건강한 신뢰사회를 구축하는 데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과도한 접대만 없어져도 중소기업의 주름살이 줄고 땀 흘려 일한 사람들이 공정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모든 국민은 공정한 사회를 원하고 있고 이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앞장서서 법과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 간 경쟁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접대비에 대한 규정도 재정비돼야 한다. 과도한 접대비를 사회공헌으로 유도해 대중소기업 상생 등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런 것이 공정한 소비이자 진정한 내수 활성화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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