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신탁] 20조 퇴직적립금 시장을 잡아라

은행권 3월부터 퇴직신탁 판매기업이 사원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준비하는 퇴직적립금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보험사들이 독점해온 퇴직보험시장에 은행권도 다음달부터 퇴직신탁 상품을 들고 새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 20조원에 달하는 퇴직적립금 시장을 놓고 은행과 보험의 가열찬 한판 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은행 시중은행들은 조만간 금융감독원의 승인이 나는대로 퇴직신탁을 전면적으로 판매할 계획으로 구체적인 상품 내용과 연계서비스 등을 짜고 있다. 이들의 1차 공략 대상은 기존의 종업원퇴직보험에 가입한 기업들. 종퇴보험은 올 10월부터 추가 수탁이 금지된다. 따라서 이들을 자연스럽게 퇴직신탁쪽으로 유인하겠다는 생각이다. 은행권의 퇴직신탁과 보험권의 퇴직보험은 종퇴보험과 비교해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많다. 퇴직신탁·보험은 기업의 부채비율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으며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른 사업주의 부담금을 경감해주기도 한다. 또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고용의 안정에도 기여한다. 종업원으로서는 퇴직금을 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받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나 종업원들도 당연히 퇴직보험이나 퇴직신탁 쪽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이런 장점 때문에 종퇴보험쪽의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은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보험사의 퇴직보험쪽도 공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은행은 우선 실적배당으로 고수익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퇴직신탁은 가입 기업이 주식형(주식 10% 이내 운용) 또는 채권형 중에서 고를 수 있으며 연 1회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퇴직보험의 확정금리 또는 연동금리 상품과 비교할 때 운용결과에 따라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은행권은 여신과 외환 등을 취급해 종합적인 자금거래가 가능한 것도 부각시키고 있다. 보험권과는 달리 기존 주거래은행제도 및 여신의 제공 등으로 기업에 대한 영향력 부문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가입 근로자들에게 부여하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도 강조하고 있다. 개인들은 어차피 1금융권을 선호하며 개인자금의 입출금에 따른 편의면에서도 보험사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현재 종퇴보험은 시장규모가 14조~15조원에 달하며 퇴직보험은 4조~4조5,000억원에 이른다. 은행들은 우선 주거래기업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여 종퇴보험을 공략하고 다음으로 보험사의 퇴직보험까지 진출해 이를 독식하겠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섭외에 나섰으며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지난해부터 여신규모 5억원 이상인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섭외에 나서 이미 200억원의 예약실적을 올렸다. 조흥은 올해 3,8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전국 영업점과 RM지점을 통해 유치를 독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부실여신비율 등의 면에서 상대적으로 다른 은행보다 우량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며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특히 장기 신탁상품인 개인연금신탁의 배당률이 높고 단위금전신탁의 기준가격 우위를 내세우는등 자산운용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외환은행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강조하며 시장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환은 주거래업체와 상장업체 등을 핵심유치대상으로 선정해 공략하고 있으며 거액 수탁업체에게는 주요 기업금융점포와 핫라인을 연결하고 이 자금을 단독펀드로 운용할 계획이다. 또 종업원 대출 등 우대혜택도 다양화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인터넷을 통한 가입 및 부금적립시스템을 도입하고 가입기업이 인터넷을 통해 자기의 운용자산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대부분의 은행은 연계서비스등 구체적인 안을 마련중이어서 다음달이 되면 보험사와는 물론 은행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유치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기석기자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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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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