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회사채 내년초 무더기 만기… 대기업들 현금 확보 나섰다

37조 중 13조 1분기 집중<br>CP발행·유상증자는 물론<br>은행서 대출확대 등 비상


국내 굴지의 대기업 A사는 리먼 사태 직후인 지난 2009년 초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금이 어느 정도 비축돼 있었고 시중금리도 낮은 편이 아니어서 미룰까 했지만, 시장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대규모 물량을 한꺼번에 발행하기로 했다. 만기 3년을 앞두고 이 기업은 차환발행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혹시 몰라 기업어음(CP)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현금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3년 전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조달했던 자금의 상환이 내년 초에 일제히 도래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당시보다 낮은 금리 조건에 회사채를 발행해 차환자금을 마련하는가 하면 은행권 한도대출도 확대하는 등 자금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내년에 도래하는 대기업들의 회사채 만기는 총 37조1,400억원이며 이 중 35%인 13조1,300억원이 1ㆍ4분기에 집중돼 있다.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대부분은 대기업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조달한 자금이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은 보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 차환함으로써 금융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회사채 및 CP 발행은 물론이고 유상증자, 자산매각, 은행권 한도대출 확대 등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30대 그룹에 포함된 한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당장 자금 수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금시장 상황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발행분 이상으로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업들은 실제로 이미 올 들어 9월까지 지난해보다 35%나 늘어난 44조6,467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이 중 대부분이 대기업이었다. CP의 경우 13일 현재 증권사를 통한 기업의 CP 발행잔액이 63조7,489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발행잔액인 47조843억원을 훨씬 넘어섰다. 대기업들은 특히 그동안 직접금융시장에 의존했던 데서 벗어나 은행권 등 간접금융시장으로까지 자금조달선을 넓히고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은 올 들어 풍부한 시중유동성을 활용해 회사채나 CP 발행에 집중한 대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은행권 대출은 외면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추세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에 대한 대출문의도 늘어나고 있는 것. 한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일부 대기업들의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면서 한도대출(크레디트라인)을 확대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나중에 돈이 필요할 때 빌릴 수 있도록 미리 작업해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내년 1ㆍ4분기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을 차환하기 위한 선수요 측면이 강하다"며 "은행들의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크레디트라인을 확보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전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장 신증설 시기 등을 뒤로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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