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 Stroy]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정직한 바보'… 창업때 초심 잃지 않았죠"<br>자체 브랜드 없이 'ODM방식'으로 납품… 독자기술로 화장품 업계 성공신화 일궈<br>"순수한 마음으로산시간은 행복과 비례… 좋은 제품은 정직·겸손에서 나오는 것"



"저는 앞으로 정직한 바보가 되겠습니다." 윤동한(63ㆍ사진) 한국콜마 회장은 지난 1990년 5월 회사를 창업하던 날 개업식에 모인 사람들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윤 회장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정직한 바보'라는 말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사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 흔한 자체 브랜드 하나 없이 오직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유명 화장품 회사에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회사를 만들고 꾸려오는 과정에서 겪은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대웅제약 부사장까지 지냈던 윤 회장이 뒤늦게 공장을 세워 제조업에 뛰어들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한결같이 '다들 제조업을 안 하려고 하는데 바보 같은 짓을 왜 하느냐'며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OEM) 업체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에 결국 사업에 뛰어들었고 OEM에 이어 화장품 분야에서 ODM 방식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 신시장을 개척해왔다. 윤 회장은 OEM 산업에 진출한 후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이르자 대기업의 주문을 받아 제조만 해서는 발전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자체적인 기술ㆍ연구개발(R&D) 시스템을 도입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를 통해 자체적으로 화장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웠고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상품기획에서 개발, 생산, 품질관리 및 출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ODM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회사 성격상 품질에 대한 윤 회장의 각별한 관심은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윤 회장은 "매년 매출의 5~6%가량을 R&D에 투자하고 있다"며 "올해 뽑은 신입직원 50명 중 30명가량이 R&D 인력일 정도로 R&D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2002년부터 화장품 분야에서 쌓은 기술력과 품질력을 바탕으로 제약사업에도 뛰어들어 제약 R&D 제조 전문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 제약업계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공 신화의 배경에는 윤 회장의 경영원칙인 정직과 겸손이 자리하고 있다. 사업은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의 승부이며 정직하고 겸손해야 오래갈 수 있다는 게 윤 회장의 생각이다. 좋은 제품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정직과 겸손에서 나온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윤 회장의 이 같은 원칙이 잘 드러난 일화가 있다. 회사 설립 초기에 한때 윤 회장은 전기료를 내지 못해 단전 예정 통보를 받을 정도의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그때 한 업체에서 세금을 탈세할 수 있도록 무자료 거래를 하자는 제의가 왔다. 하지만 윤 회장은 단번에 이 제의를 거절했다. 윤 회장은 "원칙을 어기는 것은 약간의 단기적인 이익만 있을 뿐이지 장기적으로는 절대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작은 흠집은 결국 나중에 큰 결함이 돼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것도 윤 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윤 회장은 "기업(企業)의 기(企)자는 사람 인(人)과 머물 지(止)를 합쳐놓은 것"이라며 "제조업은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끌어 모아 한길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항상 직원들과 스킨십을 갖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윤 회장은 매년 12월이 되면 어김없이 3개월간 직원들과 등산을 한다. 직원들은 부서별로 20명 정도씩 조를 짜 순번대로 산에 가고 윤 회장은 매번 직원들과 함께 산에 오르는 것이다. 같이 산에 오르면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서로 간에 친밀도를 높여 신뢰를 쌓도록 하는 것이다. 윤 회장은 요즘 인문학에 푹 빠져 있다. 인문학이 사람의 문제를 원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서울대 인문대 최고지도자과정(AFP)에 참여한 후 올해부터 모임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매월 2회씩 수요일 저녁에 모여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아침공부 예찬론자'인 그는 바쁜 일정을 쪼개 한 달에 5~6회 정도는 CEO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찬강연회에 간다. 그중 한 곳은 사업 시작 초기부터 20년 가까이 꾸준히 참석했을 정도다. 윤 회장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경험과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면서 "강의를 통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다른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한국상품학회 회장도 맡고 있다. 회원의 99%가 교수인 가운데 기업인으로서는 드물게 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춘계학회를 대비해 관계되는 저널과 논문 등을 열심히 읽고 있다"며 "학회 활동이 사업에 할애할 시간을 뺏는 게 아니라 이 자체가 일과 깊은 연관이 있기에 더욱 충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시 윤 회장이 중요시하는 부분이다. 지난해부터 출산장려금지원제를 시행한 것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첫째를 낳으면 50만원, 둘째는 100만원, 셋째는 300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그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여러 가지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저출산 문제가 경제성 여부를 떠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임을 인식하고 출산장려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윤 회장은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온 시간의 합이 행복에 정비례한다고 생각한다"며 "책 읽기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할 수 있게 해준다"며 웃었다. ●윤동한 회장은 ▦1947년 대구 ▦1965년 계성고 졸업 ▦1970년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1974년 서울대 경영대학 대학원 수료 ▦2008년수원대 대학원 경영학박사 ▦1974년 대웅제약 ▦1990년 한국콜마 설립 ▦2000년 벤처기업전국대회 대통령 표창 ▦2008년 지속가능경영대상 사회책임경영부문 최우수상 ▦2009년~현 한국상품학회 학회장
베이징콜마 설립 中시장 공략 본격화
年2,000만개 생산능력 보유
화베이 지역 중심 시장 선점
윤동한 회장이 요즘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는 바로 중국시장 공략이다. 회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국시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미 지난 2007년 5월 중국 현지법인인 베이징콜마를 설립해 중국시장 공략을 준비해왔으며 조만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간 2,000만개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될 베이징콜마는 공장 준공을 신호탄으로 중국 현지 화장품업체 등을 상대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우선은 화베이(華北)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펼치며 이후에는 서부·둥베이·화둥·중위안·화난 등 5개 지역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갈 계획이다. 중국내대부분의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들이 상하이에 위치한 반면 베이징에는 베이징콜마밖에 없는 상황이라 베이징에서 화장품 ODM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윤 회장은 "13억명의 중국 인구 중 5% 가량은 이미 우리나라 인구 전체보다 잘 살고 있을 정도로 소비 수요가 충분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며 "이를 적극 공략해 미래 성장동력을 담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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