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효율 조장한 낙하산 인사(사설)

문민정부의 인사가 원칙이 없다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초 부터 즐겨온 「깜짝 쇼 인사」로 전 국민을 놀라게 한 것이 어디 한 두번인가. 객관적인 검증도 없이 임명하다보니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도중 하차한 각료들만도 여럿을 헤아릴 정도였다.이번에는 낙하산식 인사가 국회 국정감사의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투자기관과 출연기관의 사장·이사장을 비롯, 임원·부장 등의 주요 보직을 거의 정·관계인사가 독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문민정부 출범후 18개 정부투자기관의 사장과 감사를 지낸 73명중 94.5%인 69명이 낙하산식 인사로 밝혀졌다. 또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관리공단은 부장급이상 가운데 86.8%가, 의료보험관리공단은 78.1%가 외부에서 임용된 인사였다. 문제는 이들 낙하산식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업무에 대해 문외한으로서 「비효율의 주범」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기업들은 불황을 헤쳐가기 위해 구조조정이네, 비효율의 제거네 하면서 자구노력이 한창이다. 이같은 판국에 정부투자기관이나 출연기관만이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실로 딱한 노릇이다. 낙하산식 인사로 들어온 사람들의 일하는 행태는 두가지다. 소관업무를 전혀 몰라 조용히 도장만 찍고 있거나, 업무도 모르면서 목소리만 높이고 설쳐대는 것이다. 이 가운데서 후자의 행태가 가장 위험하다. 기관의 설립목적인 공공성도 살리지 못하고, 심지어 목표를 잘못 설정,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기까지 한다. 결국 국민의 세금만 축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경우는 심각하다. 그렇지 않아도 오는 2030년께는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인데 투자잘못 등으로 1천55억원이나 날렸다고 한다. 기금고갈을 앞당기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낙하산식 인사는 직원들의 사기도 꺾는다. 승진의 기회를 박탈, 인센티브가 줄어들게되 니 일할 마음이 생겨날리 만무하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정치적인 임명직(Political Appointee)을 극히 제한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낙하산식 인사를 뜻하는 아마쿠다리(천하■)의 폐해가 심각, 이번 행정개혁에서 개선책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김대통령의 「인사가 만사」라는 평소의 지론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오히려 인사 란맥만 남았을 뿐이다. 정권의 임기말이라 기관장들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이상 봉사는 해야 한다. 그것이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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