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사는(買)집, 사는(住) 집

오는 12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대학교 선배 A는 최근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A선배는 지난달 한 동네의 아파트 값 상승 가능성에 대해 묻더니 얼마 전에는 "재건축 아파트 요즘 어때"라며 기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A선배의 유일한 재테크 수단은 금융투자상품이었다. 어떻게든 집을 마련해야 될 상황이 되자 기왕 살 것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집'을 고르는 데 신경을 쓰고 있었다. A선배는 "나이가 들고 식구가 생긴다고 하니 집의 가치에 대해 관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 토로했다. "집은 사는(買) 곳이 아닌 사는(生) 곳"이라는 이 당연한 말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서는 좀처럼 통용되기 힘든 명제였다. 고등학교 동문회에서 만난 C선배와 D선배. 수년 전 한 선배는 강남에, 한 선배는 1기 신도시 중 한 곳에 비슷한 가격의 아파트를 샀지만 지금은 수억원의 집값 차이가 난다고 했다. 이런 현실에 어느 누구도 "집은 주거용"이라고 강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맞선 자리에서 "지금 강남 ○○단지 살아요"라는 말이 성격과 외모ㆍ직업만큼이나 '큰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전혀 새롭지가 않다. 그러나 최근 기자 주변에는 투자수단으로써의 집을 과감히 포기하고 주거수단으로써 변화를 시도하는 '용단'을 내리는 사례가 심심찮게 있다. 모 건설사 강모 차장은 서울 아파트를 과감히 팔고 단독주택을 사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꿈이 '단독주택 살면서 마당을 가꾸는 것'이기 때문. 단독주택 인테리어 구상에 대해 웃으며 이야기 하던 그는 "기뻐하는 가족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최근 인터뷰 차 만났던 한 단독주택 건축주 유모씨도 기자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아파트에서 벗어나 집 앞 정원에 밭을 가꾸고 주변 자연을 벗삼아 사니 인생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주거가치로써 집을 생각하는 강 차장, 유씨는 최근의 주택경기 침체기에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보다 적어도 집에 대한 '시름'은 적은 듯하다. 개인 가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집은 사는(買) 곳이 아닌 사는(生) 곳이다"는 말을 실천하는 게 꼭 손해만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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