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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 있다. 유네스코가 매년 4월23일을 이날로 정했는데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 축일'과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을 기념하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세계인의 독서증진을 위해 지정한 날이라지만 우리의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서적비 지출이 최초로 2만원 이하로 떨어진 현실은 독서와 책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창의력 키우는 데 책만한 것 없어
책 읽지 않고 창조경제로 이전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의적이다. 새 정부 경제 키워드는 창조경제다. 창조는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지식은 책에서 얻는다. 교육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책 한 권을 읽는 사람이 66.8%라 한다. 유럽 선진국의 평균 독서율은 82%에 이르는데 우리나라 성인들은 과반수(56%)가 책 읽는 습관이 돼 있지 않다고 하며 학생들은 공부 때문에 책을 못 읽는다고 한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자책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만능시대에 맞이하는 책의 날은 어색함마저 있다.
디지털은 과연 종이책을 대체할 수 있을까. 첨단기술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교육방식이 관심을 끈다. 그곳 학교에는 구글ㆍ야후ㆍ애플 등 정보기술(IT)기업 전문종사자들의 자녀들이 다니지만 교내에서는 컴퓨터나 PCㆍTV 등 전자기기 교보재는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창의력과 인간관계ㆍ집중력 등에 좋지 않기 때문이며 연필로 공책에 쓰고 칠판과 분필, 뜨게질 등을 교보재로 활용한다고 한다.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는 지금도 매일 오전3시에 기상해 2~3시간의 독서를 한다고 한다.
독서는 습관이다. 학부모들이면 한번쯤 자녀들과 잦은 PC사용 문제로 씨름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치료가 필요한 인터넷 중독학생이 6만명에 이르는 우리 현실을 고려하면 독서 습관화를 통한 비행 예방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생각이다. 자녀들과 함께 책과 도서관을 찾는 습관은 이른 봄에 나무를 심고 식물에 물을 뿌리는 것과 같다. 정부에서는 2015년까지 책가방 없는 학교를 추진하고 있지만 지금은 제도적으로 독서율 제고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 길러줘야
프랑스와 스페인 등 세계 80여개 국에서 독서 행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이 날을 전후해 한 달간 부모들이 취침 전 자녀들에게 20분씩 책을 읽어 주는 '잠자리 독서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고서점으로 관광객 유치에 크게 성공한 나라도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사랑의 책 보내기 운동, 도서관에 책 기증하기, 작은 도서관 설립 등은 지속돼야 한다. 공부 때문에 불행해진 우리 청소년들에게 역설적으로 책은 희망이기도 하고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두보는 '모름지기 남자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책 읽는 국민이 국가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