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직접판매업계 불황 넘기] [기고] 어원경 (사)한국직접판매協 상임이사


통신판매, 홈쇼핑, 텔레마케팅, 인터넷쇼핑 등 무점포 소매판매 방식은 일반화된 유통방식이다. 하지만 직접판매(다단계 판매, 네트워크마케팅)의 경우 판매과정에서 개인적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판매방식과 차별화된다. 직접판매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일정기간 시험적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개별 맞춤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직접판매원은 사업초기 비용투자의 위험과 부담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자기사업을 펼칠 수 있고 시간적 제약이 적어 부업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 직접판매 유통상인은 시장을 중심으로 행상을 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교환경제를 매개하던 전문적인 상인, 즉 보상(褓商)과 부상(負商)이다. 보상은 비싼 사치품 등의 잡화를 보따리에 싸서 들고 다녀 ‘봇짐장수’라고 불렸고, 부상은 일용품 등 가내수공업품을 지게에 짊어지고 다녀 ‘등짐장수’라 불렸다. 직접판매의 시초라 할 유통산업이 일찍부터 있었음에도 불구, 발전하지 못하고 중단됐던 것은 당시의 제조업자나 판매상들이 너무나 소박했던 장사방식과 제품구조의 단순화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대식 직접판매의 개발은 70년대 말 화장품에서부터 시작해 출판사의 위인전, 백과사전과 같은 책 판매, 학습지 판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됐다. 80년대 말 외국 여행객들에 의해 다단계판매와 유사한 형태의 피라미드판매가 사회적 문제를 불러 일으켰고 91년 거대자본과 노하우를 가진 선진 다단계기업인 암웨이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국내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95년 정부에서 건전한 다단계판매 허용을 골자로 하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국내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인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직접판매는 IMF 위기를 넘기면서 2000년 2조원에서 2002년 5조원을 넘기면서 국내 3대 신유통산업으로 발돋움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수많은 다국적 기업의 국내진출과 국내기업의 탄생으로 중흥기를 맞는 듯 했으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일부 불법업체의 기승으로 미래지향적인 신유통산업이라는 찬사와 함께 부패산업이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2002년 개정방판법시행으로 소비자피해보상제도가 처음 도입되면서 순수민간자본으로 형성된 공제조합(직접판매공제조합,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 설립돼 다단계판매업자는 반드시 조합에 가입토록 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게 됐다. 세계적인 조사연구기관인 언스트&영(Ernst & Young)이 지난 2003년 직접판매유통산업이 한국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영향력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국의 직접판매업계의 매출은 7조9,000억원으로 한국전체 소매업 매출의 양 5.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약 450만명의 한국인들이 직접판매에 종사하고, 임금, 기타 수당을 통해 약 1조5,800억원의 소득창출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판매유통산업은 우리나라 전통적인 유통산업의 한 분야이며 기업적 활동에 잘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직접판매원으로 활동함으로써 고용을 창출한다. 또한 제품 개발에는 성공했으나 적절한 판로를 찾지 못해 마케팅에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 제품의 판매를 늘리는 주요한 채널 역할도 한다. 국가 경제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직접판매산업이 현재의 내외부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유통산업이 되길 바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