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2월 25일] 한일경제 역전론

최근 일본기업이 한국에 대한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보도가 부쩍 늘고 있다. 일본 유수 기업들이 국내 기업의 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뜯어보고 분석하고 있다는 잇따른 소식에 흡사 한국이 일본경제의 경쟁자가 된 것처럼 느끼게 할 정도다. 이른바 '한일경제 라이벌론'이 나온 게 요새 일만은 아니다. 연일 화제인 동계올림픽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지난 2002년에는 유통가를 비롯, 한국경제 전반에 기세 좋게 '한일경제 역전론'까지 불었었다. 당시 일본 정부와 민간연구소 연구원으로 구성된 시찰단이 국내 대형할인점인 이마트 가양ㆍ분당점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돌아갔다. 일본 대형슈퍼체인 '이토요카도'를 벤치마킹, 1993년 국내에 설립된 이마트에서 유통선진국 일본이 도리어 한수 배워가겠다며 방문한 것. 삼성전자가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일본 경쟁자를 물리치고 세계1위에 막 올라섰던 것도 이때다. 8년이 지난 지금 '일본 추월'에 대한 자신감에 도취된 듯한 모습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일본과의 격차가 다소 줄었을 뿐 오히려 추격하는 데 여기저기서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최근 일본출장을 다녀오면서 일본 백화점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 대해 현지 반응을 들을 기회가 있었던 국내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일본과 같이 소비시장을 위축시키는 저출산, 고용ㆍ재정 악화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에서도 연쇄폐점이 머지않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 유통 관계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자존심이 상한 일본간부의 감정 실린 발언쯤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 일본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를 자문하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 일본 추월의 꿈과는 다르게 양국 격차가 아직도 크다. 도요타자동차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본 자동차 연 생산량은 우리의 3배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은 4배를 넘고 1인당 국민소득(GNI)는 2배에 이른다. 대일무역 적자는 소재ㆍ부품 분야에서만 200억달러를 넘는다. 뒷걸음질이 일본경제의 습성이 아닌 이상 상처 입은 일본기업이 정색하고 달려들 때가 곧 올 것임은 분명하다. 그때는 목표의식과 패기만으로 대적할 수 없는 위기가 될 것이다. 내수를 다지고 기술경쟁력을 높여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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