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간의 폭락 이후 증시 주도주의 변화 조짐이 엿보이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수출주의 ‘주역 컴백’ 여부를 둘러싸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원자재가격 급락과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증시를 흔들어 놓음에 따라 지금까지 소재 관련주나 자산주, 내수주로 집중됐던 투자 흐름이 IT나 자동차 등 수출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이어진 폭락장에서 코스피지수는 5.6% 하락한 반면 삼성전자는 3.3%, 현대차는 2.6% 하락하는데 그쳤고 하이닉스는 오히려 1.7% 올랐다. 반면 포스코는 –12.9% 폭락한 것을 비록해 삼성증권(-9.1%), 국민은행(-6.7%), SK텔레콤(-6.4%) 등 주요 내수 관련주들은 모두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을 크게 웃돌았다. 증시가 반등한 17일에도 삼성전자(1.87%), LG필립스LCD(4.6%), 하이닉스(4.57%), 현대차(1.72%), 기아차(2.37%) 등 수출주들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외국인 차익실현을 거쳐 자원 관련주와 가치주 중심의 패턴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며 “원자재 관련업종의 추가 급락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증시의 무게중심은 이미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관련주와 내수업종은 주가 탄력성이 낮아진 반면, 아시아 소비회복과 원ㆍ엔환율 상승의 수혜를 받는 대형 IT주 등은 높은 성장성이 기대된다는 것. 박효진 굿모닝신한 애널리스트는 “내수업종 대표주도 중장기적인 저점 매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는 원ㆍ달러 환율하락에 따라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대형 수출주의 주가가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도 “단기 자금들이 그 동안 급등했던 원자재에 대한 포지션 정리에 나서고 있어서 에너지, 소재주 등에 베팅을 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며 “이번 조정을 원ㆍ엔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주로 갈아타는 시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원ㆍ달러 환율과 2분기 실적 부진 전망 등을 근거로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삼성증권은 “해외 현지법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외국인들은 아직 수출주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며 “조정기간 동안 수출주들이 일시적으로 시장의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상승세가 연속성을 갖기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원ㆍ달러 환율이 950원을 밑도는 환경에서 자동차 수출은 적자 수준”이라며 “삼성전자도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를 받치고 있긴 하지만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점차 낮아지는 분위기여서 아직 본격적인 상승흐름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환율 불안과 고유가를 감안할 때 전기전자, 자동차 등 수출주에 대해선 당분간 보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은 통신, 건설 등 내수관련주 위주의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