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겸업화로 경쟁력 확보'국민ㆍ주택은행 합병 추진'이라는 초대형 이슈로 막을 연 올 한해 동안 금융계는본격적으로 '대형화ㆍ겸업화'의 시대로 접어드는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지난 4월 닻을 올린 우리금융그룹과 프랑스 BNP파리바의 전략적제휴를 통해 출범한 신한금융지주회사, 초대형합병은행으로 재탄생한 통합 국민은행이 이른바 '빅3 체제'를 형성하면서 경쟁은행들을 또 다른 합종연횡을 통한 '약진'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보험업계 또한 현대ㆍ삼신생명과 대한ㆍ국제ㆍ리젠트화재 등이 자력으로 버티지 못한 채 퇴출의 아픔을 겪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회오리바람에 휘말렸다.
금융권 구도는 이로써 점차 '강약'이 분명해져 가고 있다. 선도 금융회사들은 벌써부터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해 치열한 주도권 다툼에 나서고 있다. 이 와중에 갈수록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나머지 금융회사들도 저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 마련에 골몰하면서 새해를 준비하고 있다.
◆ 은행권 '빅3 체제'로 재편
올 한해 은행권 판도는 우리금융 및 신한금융지주회사, 통합 국민은행이 명실상부한 '빅3'를 형성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쟁구도를 탄생시켰다.
우리금융은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기업금융을 주도해나가고 신한금융그룹은 전략적 제휴선인 BNP파리바 등과의 연계를 통한 다양한 선진형 금융기법 및 상품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할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통합 국민은행은 특유의 강점인 소매금융을 바탕으로 벌써부터 시장에서 무서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서울은행의 매각과 관련한 갖가지 시나리오와 함께 하나은행과 제일은행간 합병설이 대두되는 등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한 또 다른 '합병조합'의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와 체결한 경영정상화약정(MOU) 목표달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온 조흥ㆍ한빛ㆍ서울 등 공적자금투입 은행들 역시 올말을 계기로 MOU를 모두 달성하면서 경영정상화의 발판마련이 가능해질 것으로 판단, 합병이나 금융지주회사 설립 등 다양한 생존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 보험업계도 대대적인 구조조정
올해 보험업계에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합병 이후 생존을 모색하던 현대생명이 그룹의 지원을 받지 못해 올초 결국 퇴출됐고 대우 패망과 함께 위기를 맞았던 삼신생명도 함께 문을 닫았다.
경쟁력 없는 생보사들이 줄줄이 간판을 내리는 동안 남아 있는 보험사들은 '역마진'문제라는 소용돌이를 넘기 위해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단행했다.
생보업계에서 남아 있는 구조조정 과제는 대형 생보사인 대한생명의 매각이다. 한화그룹과 미국 메트라이프가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내년 초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손보업계에도 올해 처음으로 퇴출되는 보험사가 생겨났다. 대한ㆍ국제ㆍ리젠트화재가 자력회생을 하지 못하고 정부로부터 퇴출이 결정돼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대한화재는 최근 대한시멘트와 본계약이 체결됐으나 나머지 두 회사의 매각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대한생명의 자회사인 신동아화재 역시 매물로 나온 가운데 동양화재-타이완 푸본그룹 컨소시엄과 한화 등이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소프트웨어 측면의 체질변화도 가속
금융권에 일고 있는 대형화 및 겸업화 바람은 단순 경비절감 같은 소극적인 차원을 벗어나 보다 많은 고객에게 보다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수익기반을 확충하겠다는 공격적 개념에서 출발한다.
특히 금융규제 완화로 금융업종간 진입장벽이 완화되면서 업무다각화를 통한 수익구조 변화의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도 큰 자극이 됐다.
실제 은행들은 올 한해 동안 이 같은 새로운 추세에 맞춰 경영체질을 변화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다양한 업무제휴 및 종합금융 포털 구축 등을 통해 영업채널을 다양화하면서 원스톱 쇼핑 체제구축을 서두르고 있고 과감한 경영혁신과 막대한 규모의 정보기술(IT)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의 진짜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공급자 중심으로 구조변화를 꾀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요자 중심의 구조변화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우기자
박태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