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자의 눈] 美전당대회와 기업 기부금

미국은 지금 선거열풍에 휩싸여 있다. CNN 등 종합 뉴스채널은 보스턴 플리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아침부터 자정까지 방송하고 있다. CNBC와 블룸버그 등 경제채널은 양당의 전당대회와 오는 11월 대선이 주식 등 미국경제에 어떠한 파장을 몰고올지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선거의 경제학’이 미국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선거와 기업들의 기부금 관계도 눈길을 끈다. 전당대회 기간 중 기업들은 공개적으로 소프트머니(정당헌금)라고 불리는 수십만달러의 기부금을 정당에 낸다. 양당의 경제정책을 비교ㆍ분석한 후 자신의 이익과 직결되는 정책이나 정강이 있으면 해당 정당에 돈줄을 댄다. 그러고 나서 ‘나는 얼마를 어느 정당에 내어 놓았다’고 속속들이 밝힌다. 세계 금융산업의 총본산인 월가(街)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편애해 왔다. 모건스탠리를 비롯해 메릴린치ㆍ스위스연방은행(UBS)ㆍ리먼브러더스ㆍ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은 일찌감치 조지 W 부시 후보 지지를 외치며 각각 30만~50만달러의 고액 기부금을 제공했다. 반면 가치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이나 스티브 잡스 애플컴퓨터 CEO 등은 “공화당의 세금감면과 재정적자 확대에 신물이 난다”며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밖에 씨티그룹ㆍIBMㆍ타임워너 등 50개 대기업을 비롯해 120여개의 기업이 민주당에 4,000만달러, 공화당에 6,000만달러를 기부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전당대회 비용의 60% 가량을 이들 기업이 제공한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기업 정치자금이 없는 정치판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현대ㆍ삼성ㆍ대우ㆍLG 등 우리 대기업들도 정치판에 돈을 들이대며 줄을 선다. 그런데 왜 미국기업들은 돈을 내고 칭찬을 받는데 우리는 돈을 내고도 욕을 먹는 것일까. 미국은 합리적이고 공개적으로 깨끗한 돈을 사용한다. 반면 우리는 사과상자ㆍ무기명채권 등 더럽고 부정한 돈을 은밀하게 거래한다. 미국은 당의 정책을 보고 기부금 투자를 하지만 우리는 ‘뒤를 잘 봐 달라’고 애원하는 보험금을 낸다. 미국 대선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우리도 합리적이고 깨끗한 기업들의 정치기부 문화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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