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전업카드사 위기 틈타… 은행계 카드의 역습

●변화하는 카드시장<br>외환 2X카드 청년·중장년층 공략<br>9영업일 만에 발급 2만건 육박<br>기업·우리·산은 등도 판매 순항


카드사업부를 전업카드사로 분사시키지 못한 은행들에 있어 카드사업은 가깝지만 먼 존재였다. 분사를 시키자니 과당경쟁을 우려한 금융 당국의 눈칫밥이 부담되고, 키우려니 은행 내 사업부 간의 형평성이 문제였다.

그런데 전업 카드사들이 가맹점 체계 개편, 대형 가맹점 반발 등 일련의 악재들로 신음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전업카드사의 위기가 곧 시중은행 카드사업부의 기회가 돼버린 것이다. 이 틈을 타고 아직 전업카드사로 분사하지 못한 일부 은행이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은행계 카드의 역습이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ㆍ우리ㆍ기업ㆍ산업은행 등은 카드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들 은행은 카드사를 분사시킨 신한ㆍ국민ㆍ하나은행과 달리 아직까지 카드사업부를 은행 내 하부조직으로 두고 있다.

가장 주목 받는 곳은 윤용로 행장까지 직접 영업전선에 뛰어든 외환은행이다. 외환은행은 최근 청년ㆍ중장년층까지 타깃으로 하는 '2X카드'를 출시했다. 6월12일 출시 이후 9영업일 만에 발급건수가 1만9,400좌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기업은행은 '참!좋은친구카드'로 빈틈을 공략하고 있다. 이 카드는 젊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혜택이 주로 담겼는데 중소기업에 특화된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 출시 1개월 만에 2만2,600좌가 발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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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카드사업 담당 부행장은 "은행 내 카드사업부와 은행에서 분사된 카드사는 전략설정이나 의견도출 속도 자체가 다르다"며 "은행 내에 머물고 있는 한 전업카드사와의 경쟁은 뒤처질 수밖에 없지만 전업카드사의 운신의 폭이 줄어든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그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은행 외에 우리은행은 올 들어 신규 상품만 3개를 출시했다. 그중에서 주력카드는 '우리V카드더블유(W)'로 출시 3개월이 안된 시점에서 2만6,000좌를 기록하고 있다. 전산시스템 교체 및 IC카드 전환 등의 변수를 감안할 때 판매 실적이 순항하고 있다고 은행은 판단하고 있다.

카드 라이선스가 없어 전업카드사인 롯데카드와 체크카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산업은행도 순탄한 흐름에 만족을 표하고 있다. 지난 2월22일 출시된 'KDB롯데체크카드'는 출시 4개월 만에 2만좌를 돌파했다. 시중은행에 비해 지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이들 은행의 카드사업 강화를 지켜보는 전업카드사의 심기는 불편하다.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이 되면서 나눠먹을 파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다 금융 당국은 경쟁과열을 막고자 마케팅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업카드사 입장에서는 시중은행의 역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대형 카드사 고위관계자는 "한 예로 외환은행이 카드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숫자를 늘린다는 의미 외에 카드명가의 부활을 꿈꾼다는 점에서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카드업계 내 경쟁구도는 이전보다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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