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1월 19일] <1598> 에드가 앨런 포


'인간 정신의 천장과 음습한 지하통로를 찾아가는 탐험가.' 소설가 D H 로렌스의 에드가 앨런 포(Edgar Allen Poe)에 대한 평가다. 그럴 만하다. 가슴 속 깊은 공포를 유발하는 '검은 고양이'와 바닷가 모래알처럼 잔잔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읊은 '에나벨리'의 작가이니까. 포의 인생은 명성과는 정반대다. 1809년 1월19일 보스턴에서 연극배우의 아들로 태어나 분장실에서 자라다 3세 때 부모를 잃었다. 부유한 상인의 양자로 입양된 후에는 천재로 불렸지만 정신불안에 시달리며 버지니아대 입학과 노름으로 인한 중퇴, 사병 입대와 웨스트포인트 입교ㆍ퇴교를 거쳤다. 문학잡지사에서 일하며 시와 소설ㆍ평론으로 인정받았으나 37세에 13세 연하의 아내와 결혼, 11년 만에 사별하고 음주와 도박에 빠져 40세에 실종된 후 한 술집에서 정신착란 상태로 발견된 지 얼마 안 지나 죽었다. 길지 않은 생을 살았어도 그는 추리소설의 개척자이며 19세기 미국문학을 세계 수준에 근접시킨 작가로 꼽힌다. 폭발적인 성장에도 유럽에 대한 미국의 문화적 열등감이 동시대에 등장한 포와 너대니얼 호손(대표작 '주홍색 글씨'), 허먼 멜빌('백경')로 극복됐다는 평가도 있다. 객사한 지 160년이 흐른 2009년에 그의 장례식이 열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작품에 수학과 암호를 깔았던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회자된다. 대표작의 하나인 '황금충'을 재해석한 어린이 수학교재가 나오고 세계 최대의 IT 정보 전시회인 'RSA 콘퍼런스 2009'의 대회 상징인물로도 꼽혔다. 아류도 있다. 와세다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소설가 지망생 히라이 다로(平井太郞)는 1923년 이름을 에도가와 란포(江戶川亂步)로 바꾼 뒤부터 장안의 지가를 올리고 일본 추리문학의 아버지라는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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