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후반 이후 연 5일 연속 상승행진을 계속해온 국제유가가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서면서 배럴당 50달러선을 다시 위협하고 있다.
2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비해 배럴당 1.59달러(3.4%)가 오른 48.35달러에 마감돼 지난달 19일의 종가기준 사상 최고기록인 배럴당 48.70달러에 근접했다. WTI 11월물은 장중 한대 배럴당 48.65달러까지 치솟았다.
다른 유종도 동반 상승했지만 특히 10월 인도분 난방유는 장중 갤런당 1.352달러까지 급등했다가 1.3444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3년 2월28일의 사상 최고기록(1.31달러)을 깬 것이다.
영국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12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전날에 비해 배럴당 1.42달러(3.3%) 상승한 44.24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로써 국제유가는 지난 16일 이후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WTI 기준 장중 사상 최고기록인 지난달 20일의 배럴당 49.40달러를 얼마 남겨놓지 않게 됐다.
유가 급등의 원인으로는 역시 수급불안이 지적된다. 세금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빚고 있는 러시아 석유업체 유코스가 중국에 수출할 석유의 열차 선적을 중단키로했다고 밝혀 수급우려를 불러 일으킨데 이어 지난주 미국 유류재고가 예상보다 큰폭으로 감소했다는 발표가 취약한 시장 분위기에 결정타를 먹였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날 허리케인 `아이반'에 따른 멕시코만 일대의 석유 생산 차질과 수입 지연으로 인해 지난주 원유 재고가 910만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원유재고는 이로써 8주 연속 감소해 7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석유연구소(API)의 집계로는 지난주 원유 재고가 1천290만배럴이나 줄어들어 에너지부 통계에 비해 더욱 감소폭이 컸다. 석유시장 분석가들은 지난주 원유재고가 100만-200만배럴의 소폭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해 왔다.
미국의 유류재고 감소는 최대 성수기인 겨울철을 앞두고 공급이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인데다 허리케인 피해 복구가 단시일내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수급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지난달 막아냈던 배럴당 50달러선이 이번에는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지적도 제기된다.
석유 거래업체 퀘스트 인터내셔널의 케빈 커 선임거래인은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배럴당 50달러 돌파를 위한 마지막 장애물들이 제거되고 있다"면서 "유가하락에 기대를 걸었던 세력조차 이제는 석유시장에 위안거리가 없으며 겨울철을 앞두고난방유와 휘발유의 공급이 위협받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미스 바니의 더그 레게이트 석유시장 분석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을 하고 있지만 허리케인 여파로 인해 단기 유가는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매트 USA의 존 킬더프 수석부사장도 "허리케인 아이반의 진정한 유산은 배럴당 50달러의 유가"라면서 "유류 수요가 가장 높은 때에 불어닥친 이 허리케인이 끼칠 타격은 과소평가되지 말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의 급상승 국면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실재하는 수급 불균형이 원인이 된만큼 유가 급등세가 곧 진정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석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와코비아의 제이슨 솅커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몇주 안에 원유와 휘발유 재고가 확충되지 않는다면 배럴당 50달러의 유가도 싸게보이는 날이 올 것이며 내년초 배럴당 60달러 돌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서게 되면 이미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을비롯해 세계경제에 큰 충격이 될 것이 분명해 전략비축유 방출 등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