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대간 전쟁이 시작됐다

[눈]세대간 전쟁이 시작됐다 정부와 국회가 공무원ㆍ군인ㆍ사립학교교직원 연금 수급액을 높일 것이라고 한다. 지난 2000년 시행됐던 연금개혁안을 거꾸로 돌려 연금액을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신 임금(보수) 인상률에 연동시키자는 게 골자다. 이렇게 되면 퇴직 공무원이나 군인ㆍ교직원들은 좀더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지난해와 올해 2.3%, 4.1%가 적용됐던 연금 수급액이 각각 10.8%, 9.4%로 변경 적용돼 그만큼 많은 연금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보수 현실화가 계속 이어질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터다. 퇴직자나 퇴직 직전의 공무원ㆍ군인ㆍ교원들의 기쁨은 두 배가 된다. 남의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것을 공연히 트집잡을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왠지 꺼림칙한 느낌을 숨길 수 없다. 한편으로는 아찔하기도 하다. 먼 훗날의 일로만 생각했던 세대간 분쟁의 전조(前兆)를 너무 일찍 보는 것 같아서다. 연금은 구조상 퇴직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돈을 내게 돼 있다. 연금방식을 바꿀 경우 당장 필요한 추가비용만도 6,700억원이라는데 이 돈은 모두 세금에서 충당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일해서 세금을 내는 사람들의 부담이다. 이 부담은 갈수록 커지게 돼 있다. 다음 세대들은 이 돈을 마련하느라 허리가 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는 아기수는 1.3명이다. 일본보다도 낮다. 일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 1인당 세금이 커지면 결과는 자명하다. 더 받아야겠다는 퇴직자와 못 내겠다고 버티는 다음 세대간 한판승부가 불가피하다. 영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80년대부터 연금액 기준을 임금 상승률에서 물가 상승률로 변경한 것도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어렵사리 돌려놓은 개혁의 방향을 거스르려 하고 있다. 만약 이번 의원입법안이 개정된다면 현세대는 '물고 뜯기는' 세대간 전쟁에 불을 지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연금 당사자들도 그렇다. 지금이야 후배들이 더 부담하면 된다지만 결국 아들딸ㆍ손자들이 일해서 번 돈을 털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좀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박동석<경제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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