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 선물 매도 청산여부에 증시향방 달려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인 반면 선물을 대규모로 매도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의 선물 누적순매도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이어서 추가 매도가 부담스러운 만큼 순매도 포지션 청산여부가 향후 증시 반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만약 외국인들이 선물을 사들이며 순매도 포지션을 청산할 경우 당분간 소강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프로그램 매수를 다시 유발해 지수 오름세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외국인들의 선물 매매와 관련된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외국인들의 선물 매매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핵 리스크에 따른 증시하락 가능성 ▲새로운 악재 출현에 대한 대비 ▲투기적인 단기매매 등을 선물 매도 이유로 단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주식시장은 19일 주식과 선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엇갈린 대응으로 크게 출렁거렸다. 이날 외국인들은 거래소시장에서 985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 한 종목을 779억원어치나 사들였다. 이 같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도 장중 13포인트 가량 오르는 등 최근의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오후 1시께부터 선물시장에서 매도세로 돌아서며 매도규모를 늘리자 상황이 급반전했다. 외국인의 선물매도로 선ㆍ현물간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악화되면서 프로그램 매수 물량을 급격하게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오전장에서 700억원이 넘게 들어오던 프로그램 매수는 외국인의 선물 매도로 줄어들기 시작해 결국 48억원 순매수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도 오전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전일보다 2.62포인트 떨어진 600.83포인트로 마감, 사흘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선물은 팔고 주식은 사고=외국인들은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삼성전자 위주의 매수세를 보이며 전체적으로 98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같은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는 모건스탠리가 아시아 지역 모델 포트폴리오 비중에서 타이완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한국의 비중을 늘린 데 따른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사자에 나선 외국인들은 반대로 선물시장에서는 대규모 매도공세를 취해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외국인들은 오후부터 선물시장에서 급격한 매도세로 돌변해 결국 6,022계약을 순매도했다. 주식은 사고 선물은 파는 엇박자 매매패턴을 보인 것이다. 물론 주식을 매매하는 외국인과 선물을 매매하는 외국인을 동일한 세력으로 보기는 힘들다. 장기적인 주식 펀드를 운용하는 외국인과 단기적인 선물ㆍ옵션 투기매매에 치중하는 외국인들 간의 구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상 최고 수준인 외국인 누적 선물 순매도=외국인들은 지난해 12월12일 선물 만기 이후 19일까지 선물시장에서 2만8,000계약의 누적 순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지난 98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추가적인 매도세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언제쯤 선물을 사들이며 매도 포지션을 청산할 지가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다음달 선물 만기가 거래일수로 보름 가량 남은 시점에서 선물만기 이전에 외국인들이 매도포지션을 청산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승훈 대한투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다음달 선물 만기를 맞아 30% 가량의 헤지 물량은 만기를 연장시키겠지만 나머지 물량은 만기 전에 청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주식시장의 하락을 노린 선물 순매도 포지션을 대량 보유한 외국인 입장에서 시장이 반등할수록 선물 매도에 따른 손실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외국인들의 매도포지션 청산 욕구를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순매도에 대한 손실보전차원에서 지수가 오르면 이익을 챙기는 콜옵션을 대량 보유하고 있어 손실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선물 매도포지션 청산여부가 반등의 관건=외국인들이 선물을 사며 매도 포지션을 청산할 경우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약 외국인들이 매도 포지션 청산에 나선다면 이는 곧 선물 가격을 끌어 올리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진 현물주식을 사들이는 프로그램 매수세를 유발하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김규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외국인들이 선물을 팔 때 지수가 하락하는 폭보다 선물을 살 때 지수가 오르는 폭이 더 컸다”며 “따라서 외국인의 선물 환매수에 따른 매도 포지션 청산은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도 “외국인들의 과도한 선물 매도 포지션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매도 포지션을 청산할 경우 프로그램 매수세는 물론 투자심리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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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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